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북한이 과거 3차례 핵실험과 달리 미국과 중국에 핵실험 계획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국정원이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1·2·3차 핵실험을 했을 당시 하루 이틀 전 미국과 중국에 사전 통보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다고 한다”며 “이번 지진이 핵실험이라면 ‘서프라이즈(깜짝)’ 실험”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실험 여부를 미국·중국 등 주변국에 사전 통보해 실험 중단을 대가로 자신들의 몸값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도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과거에는 (북한이) 30분 전이나 몇 시간 전에 미국과 중국에 (핵 실험 여부를) 통보해줬다”며 “(우리가 핵실험 여부를)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이번 실험 과정에서 북한이 주변국에 사전통보를 해주지 않으면서, 인공지진이 발생한 뒤 관계기관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이 같은 북한의 ‘깜짝’ 핵실험은 김일성·김정일과는 다른 김 제1위원장의 독특한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기존 3차례 핵실험에서 미국·중국에 미리 알렸지만 실험 중단 대가로 별다른 실익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김 제1위원장이 사전통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차 핵실험 때는 최고지도자가 된지 얼마 안 돼 기존 절차를 따랐다면 이번에는 김정은 본인이 북한의 핵 보유국 입지를 인정받자는 상황에서 외교정책과 핵 무기를 전략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사전통보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 등 국제사회를 겨냥해 독자적인 길을 걷겠다는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 유엔 주도 제제에 중국도 참여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사전 상의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에도 사전 통보를 안 한 것은 누구한테도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고 설명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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