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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출판시장…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

입력 : 2015-12-26 03:00:00 수정 : 2015-12-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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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마음의 양식 10선
올해 출판시장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꽁꽁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좋은 책들은 적지 않게 나왔다. 2015년 출간된 책 가운데 10권을 골라 다시 소개한다. 세계일보 문화부 출판팀과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 전문가 그룹이 함께 선정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리베카 솔닛 지음·김명남 옮김·창비)
는 뭐든지 설명하고 가르치려 드는 남자들에게 보내는 통쾌한 메시지다. 인권·환경운동가인 저자는 잘난 척하며 가르치기를 일삼는 남성들의 우스꽝스런 일화를 통해 성별, 경제, 인종, 권력으로 양분된 세상의 모습을 그려낸다. 저자는 페미니즘을 “인간 세상 전체를 바꾸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여성 문제는 한 쪽만 나서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을 바꾸려면 남성과의 대화가 필수라고 제시한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지음·조현욱 옮김·김영사)는 인류의 시원부터 현대까지 인류사를 인문학적으로 풀이한 역작이다. 인류의 여러 조상 가운데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이유를 조명했다. 우주의 기원이나 인류의 시작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전망하는 저자의 지적 지평이 펼쳐진다.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인 저자의 이 책은 전세계 30여개국에 번역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위험한 과학책(랜들 먼로 지음·이지연 옮김·시공사)은 기상천외한 갖가지 과학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모아 놓은 책이다. 예컨대 ‘실제로 광속구를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몸속 DNA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수영을 하면 어떻게 되나’ 등 황당하고 엉뚱한 질문들을 통해 흥미로운 과학세계를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웹툰으로 제작돼 전 세계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창업자 빌 게이츠도 이 책의 애독자다.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게이버 메이트 지음·류경희 옮김·김영사)의 저자 게이버 메이트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다. 그의 가족들은 나치에 의해 살해되거나 추방당했다. 극한의 고통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유아기를 보낸 저자는 자기감정을 억누르고 고통을 참아내며 부모의 고통을 배려하는 성인이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선사하던 코미디언 질다 래드더는 왜 마약중독에 빠졌는가. 루게릭병 환자들은 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가. 저자는 수백명 환자들의 삶과 경험을 통해 자기감정을 치유할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다.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맷 타이비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는 불평등이 심화하는 미국의 현실을 고발한다. 조직적인 사기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사의 임원들이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경미한 질서 교란 행위 때문에 감옥에 가는 부조리한 현실을 대비시킨다. 일상에서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제·사회적 문제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다니엘 튜더 지음·송정화 옮김·문학동네)는 외국인 저널리스트가 본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다.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정치는 조금 이상하다. 좌파도 우파도 없다. 보수 진영은 대기업 밀어주기와 ‘나 먼저’라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철학도 없다. 진보진영은 과거에 사로잡힌 채 프로페셔널리즘이 결여된 무능한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저자는 질타한다.

음식의 언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댄 주래프스키 지음·김병화 옮김·어크로스)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교양 강의’로 정평이 난 미국 스탠퍼드대 교양강의 ‘음식의 언어’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예컨대 토마토 케첩은 애초 중국 음식이었으며, 원 재료는 토마토가 아닌 생선이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국민음식 피시 앤 칩스, 미국의 추수감사절 요리인 칠면조 등에 담긴 사연과 역사를 들려준다.

‘G2 불균형’-패권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미래 경제 전략(스티븐 로치 지음·이은주 옮김·생각정원)은 주요2개국(G2) 미국과 중국의 정치·경제 전략을 분석한다. G2의 과잉 소비와 수출이 가능했던 이유, ‘중국 기적’의 실체, G2의 통화전쟁과 무역전쟁 전망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루고 있다. 중국의 내수 전략과 미국의 생산자 중심전략을 소개하면서 G2의 불균형을 재균형화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중세. 1, 2-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의 도발적 질문(움베르토 에코 지음·김효진 최병진 등 옮김·시공사)은 암흑의 시대로 여겨지는 중세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한 대작이다. 세계적인 석학 에코의 중세 발견은 현대에 다양한 메시지를 준다. 현재까지 쓰이는 언어와 여러 제도들, 수많은 발명품들, 유럽의 형성 등은 모두 중세 때 일어났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장하성 지음·헤이북스)는 실천적 경제학자인 저자는 국내외의 방대한 문헌과 통계자료를 토대로 한국에서 ‘원천적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규명한다. 혁명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불평등이 해소될 것 같지 않은 현실을 지적한다. 한국의 불평등은 미국과 유럽처럼 교정할 수 없는 재산 불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제도로 교정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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