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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돌리면 나보다 더 힘든 이웃…

입력 : 2015-12-24 18:23:08 수정 : 2015-12-25 09: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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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생각해야 할 것들/쪽방촌… 새벽 인력시장… 성탄절이 뭔지… 한숨만/취직 준비 대학생들도 학교 도서관 찾아 ‘열공’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도심은 연인·가족과 함께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인파로 혼잡했으나 한켠에는 성탄절이 달갑지 않은 이들도 많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찾은 돈의동 쪽방 골목의 모습이다. 종일 빛이 들지 않는 쪽방 골목의 공기는 연말 분위기로 한껏 들뜬 종로 거리와 대조적이다.
하상윤 기자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윤모(79)씨는 25일을 기초연금이 나오는 날로 기억하고 있다. 윤씨는 겨우 발을 뻗을 만한 3.3㎡(1평) 크기의 방에서 홀로 살고 있다. 방 안에는 9인치 TV와 냉장고, 버너, 옷걸이대, 조그만 수납장이 놓여 있었다. 벽 한켠에는 정사각형으로 잘라놓은 신문지 묶음을 휴지 대용으로 걸어뒀다. 윤씨가 사는 5층짜리 건물에는 이런 쪽방 73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찾은 돈의동 쪽방 골목의 모습이다. 김옥순(88) 할머니는 60년 넘게 돈의동 쪽방촌에서 살아왔다.
하상윤 기자
10년 전 이곳으로 온 윤씨는 성탄절처럼 인파가 많은 날에는 바깥 외출을 삼가는 편이라고 했다. 인파에 밀려난 인근 서울역 노숙자들이 쪽방촌이 있는 골목을 기웃거리기 때문이다.

“젊은 노숙자들 여럿이 둘러싸고 돈을 뺏는데 배길 수 있나. 이 동네는 다들 힘없는 사람이라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

이날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일대 인력시장에는 평소처럼 이른 새벽부터 일거리를 구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용산? 몇개(얼마)?” 승합차를 몰고 온 구인자와 일거리 조율이 성사되면 곧바로 공사현장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버는 하루 수당은 적게는 7만원에서 많게는 14만원 정도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새벽 서울 남구로역 주변이 일거리를 찾아나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은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이다.
김주영 기자
이들의 입장에선 평소보다 일거리가 줄어드는 성탄절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목수일을 하는 김모(36)씨는 “힘든 일이긴 하지만 먹고살려면 별수 있나”라며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힘든데 크리스마스 같은 건 신경쓸 틈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력업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젊은 친구들도 일거리를 찾으러 종종 오는데, 힘만 있다고 일을 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사판에서는 주로 숙련된 노동자를 선호한다”며 “젊은이들은 서너 시간씩 기다리다가 일을 못 찾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성탄절은 우울한 날이다. 이날 오전 찾아간 한국외대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책장을 넘기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책상 위에는 세면도구부터 취침도구, 간식바구니, 여분의 옷이 걸린 옷걸이 등 각종 살림살이가 빼곡했다.

경희대 열람실 앞에서 만난 임용고시 준비생인 김모(31·여)씨는 “마트 생선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조심스러워하는 내 모습이 서러웠다”며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조금 더 나았으면, 지금의 답답한 상태를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한 뒤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

박세준·이창수·김라윤·남혜정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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