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나이 서른셋이면 어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음~아직 결혼이 급할 때는 아니다"라고 얘기하지만, 여자 나이 33살은 사뭇 진지한 표정들로 ‘음~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고 낙인찍어 버린다. 30대 여자가 되는 것이 서럽다. 결혼과 출산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나도 30대라는 나이는 받아들이기 싫은 숫자다.
요즘 제일 꼴 보기 싫은 것들은 내 주위에 있는 33살 먹은 남자들이다. 아직 미혼인 그들은 30살이 넘은 동갑내기 여자들과의 소개팅 자리를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번은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어 하는 남편의 친구에게 내 친구의 친언니를 소개해주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내 집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소개팅이었는데 신랑 친구는 상대가 나이 많아 보인다는 말을 남기고 착하고 예쁜 내 친구의 친언니와 대면한 지 30분도 채 안 돼 잠들어 버렸다. 남편 친구는 그 후에 26세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같이 만나면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 여자친구는 아직 26살이야. 다들 잘해줘”라며 힘껏 웃는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년이면 아이가 4살. 그다음 해에 아이가 유치원을 가게 되면 아이의 친구들이 아줌마라고 부를 텐데… 그때 내 나이는 31살. 하나하나 배우기 싫은 인생의 현실들이다. 돈으로 나이를 되돌려 29살을 살 순 없을까.”
김은서 리포터 yoyiii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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