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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리포트] 다시 돌아가지 못할 20대를 붙들고 싶다

입력 : 2015-12-24 15:19:19 수정 : 2015-12-24 15: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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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로 불리고 싶지 않은 20대 끝자락 내년이면 ‘30대 여자’가 된다. 30대를 생각하니까 결혼, 아이, 이제 곧 40대, 다시 돌아가지 못할 20대 등이 떠오른다. 이제부터 주름도 시작될 것이고, 긴머리가 귀찮아도 자르지 않겠다고 다짐할 것이고, 앞머리를 잘라 볼까 하는 유혹도 받을 것이며, 누군가 피곤해 하는 나를 보게 된다면 나이 탓이라고 얘기해 줄 것만 같다.

20대를 지내며 숱한 실수로 쌓아온 나의 인격과 커리어들이 30대가 되어버리면 세월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같이 보일까 억울하다. 이런 억울함과는 달리 나는 이미 20대에 결혼과 출산이라는 큰 산을 거뜬히 넘고 내년 3월 대학원생이 될 예정이지만 다시 돌아가지 못할 20대가 이유 없이 억울하고 아쉬운 마음뿐이다. 나이는 특히 여자에게 불공평한 것 같다. 남자의 30대는 20대 남자아이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사회적 능력미가 있고 20대 풋내기 사내들에게는 없을 지갑에 꽉 찬 돈과 커리어가 있다. 하지만 여자의 30대는 다르다. 20대 여자에게 없을 독보적인 사회적 능력미로 인해 풋풋함은 사라지고 꽉 찬 지갑과 커리어 덕분에 결혼이 늦어지면서 집 안팎으로 눈치를 받는다.

남자 나이 서른셋이면 어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음~아직 결혼이 급할 때는 아니다"라고 얘기하지만, 여자 나이 33살은 사뭇 진지한 표정들로 ‘음~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고 낙인찍어 버린다. 30대 여자가 되는 것이 서럽다. 결혼과 출산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나도 30대라는 나이는 받아들이기 싫은 숫자다.

요즘 제일 꼴 보기 싫은 것들은 내 주위에 있는 33살 먹은 남자들이다. 아직 미혼인 그들은 30살이 넘은 동갑내기 여자들과의 소개팅 자리를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번은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어 하는 남편의 친구에게 내 친구의 친언니를 소개해주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내 집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소개팅이었는데 신랑 친구는 상대가 나이 많아 보인다는 말을 남기고 착하고 예쁜 내 친구의 친언니와 대면한 지 30분도 채 안 돼 잠들어 버렸다. 남편 친구는 그 후에 26세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같이 만나면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 여자친구는 아직 26살이야. 다들 잘해줘”라며 힘껏 웃는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년이면 아이가 4살. 그다음 해에 아이가 유치원을 가게 되면 아이의 친구들이 아줌마라고 부를 텐데… 그때 내 나이는 31살. 하나하나 배우기 싫은 인생의 현실들이다. 돈으로 나이를 되돌려 29살을 살 순 없을까.”

김은서 리포터 yoyiii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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