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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탄생 65주년, 3D 영화로 만나다

입력 : 2015-12-23 20:01:03 수정 : 2015-12-23 20: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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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75개국서 21개 언어로 번역

 

스누피, 찰리 브라운, 빨간 머리 소녀, 루시, 라이너스, 슈로더, 패퍼민트, 마시, 픽 펜 ···.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이들은 단지 작은 악동들이 아니라 깊고 우울한 생각에 잠기는가 하면 만화적 페이소스를 묻어나게 하는 사색적 존재들이다.

‘피너츠’는 1950년 10월 2일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9개 신문에 첫선을 보인 이래 작가인 찰스 M 슐츠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인 2000년 2월 13일까지 반세기 동안 전 세계 75개국 2600여개 신문을 통해 21가지 언어로 3억5000만명에 달하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스누피: 더 피너츠무비’는 전학 온 여학생을 짝사랑하게 된 찰리 브라운과 그의 컨설턴트 강아지 스누피의 우정을 그린 3D 애니메이션이다.

비행사 고글과 헬멧을 쓰고 개집 위에 앉아 자신이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라는 상상에 빠진 스누피를 보면서, 우리는 잠들기 전 스누피에게 적수 레드 바론을 찾아 하늘을 누비는 동안 부디 무사하라고 빌곤 했다.

슐츠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고, 고독과 분노와 절망의 심오한 감정을 구현하는 강력하고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피너츠’에서 피상적이거나 경솔한 구석은 찾기 어렵다.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품위와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은 이 만화가 지닌 미덕이다. 슐츠는 만사를 명료하게 표현했다. 거창한 문제들을 정제해 사소한 것들로 만들어 인간 감정의 정수를 우려냈다. 몇 개의 작은 선들과 원, 빗금, 고리, 작고 까만 점 두 개로 캐릭터의 감정을 세상 어느 누구든 쉽게 알도록 명확히 드러냈다.

그는 ‘감정 묘사의 거장’답게 어른의 사고를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 접목시킴으로써, 우리에게 유년기의 상처를 생생히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어른으로서 유머로 자신을 치유할 힘을 부여한다. 우습게 생긴 어린아이들 한 무리의 일상 속 고투를 지켜보며 웃는 동안, 그들의 고민에서 어른이 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이 바로 슐츠 만화가 지닌 마법이다. ‘피너츠’의 생명력을 오래 지속시킨 이유다. 우리 곁에서 고달팠던 청소년기를 밝혀주었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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