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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美 제로금리…한국경제 어디로] 금리 1%P 올리면 가계 이자폭탄 年 6조8000억원 불어

입력 : 2015-12-18 18:42:15 수정 : 2015-12-19 10: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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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불붙은 한국경제 뇌관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가계부채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12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금융가에서는 일본이나 유럽연합(EU)처럼 미국과 반대방향으로 가더라도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시차를 두더라도 미국처럼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은행이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을 좇아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금리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가계 부실 ‘뇌관’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9년 두 배로 늘어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대출+카드 빚) 잔액은 올 9월 말 현재 1166조원에 달한다. 올 들어 분기마다 약 30조원씩 늘어나 연말에는 12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607조1332억원에서 9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일명 초이노믹스라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경제팀이 부동산 경기를 띄우느라 가계부채 폭탄까지 같이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과감히 풀었고, 한은도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까지 내려놨다. 가계도, 기업도 빚 내기에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은 재정 투입을 많이 해 공공부채가 많이 늘었지만 가계, 기업 등 민간부채 증가율은 줄었다”며 “반면 한국은 중국, 브라질, 체코 같은 신흥국들과 함께 2008년 이후 민간부채가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를 대량 살포해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민간부채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고, 일본도 몇 십년째 제로금리 상태에서 양적완화를 계속해도 가계부채가 급증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한국은 가계부채 때문에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1%포인트 인상 시 이자부담 7조원 육박

한은이 금리인상 시기를 최대한 미룬다고 해서 가계부채가 안고 있는 잠재적인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통의 시간’을 연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은이 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미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10월부터 시장금리는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국이 내년에 3∼4차례에 걸쳐 1%포인트 정도 금리를 더 올리면 하반기부터는 한은도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기준금리가 최종적으로 연3.5%까지 오를 경우 한·미 간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국도 1%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오제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대출이자 비용이 연간 1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1%포인트 인상 시 이자부담은 연간 6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1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상황점검TF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정부와 한은은 가계부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고소득층이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들어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이 있는 ‘위험가구’는 전체 부채보유 가구(1090만5000)의 10.3%인 112만2000가구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위험 부채는 143조원이다. 여기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위험가구 비율은 11.2%, 위험부채는 21.6%로, 2%포인트 인상 시 각각 12.7%, 27.0%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는 복합충격을 받으면 위험가구는 14.2%, 위험부채는 32.3%까지 증가한다.

정은보 기획재정부차관보가 1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상황점검TF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알맹이 빠진 가계부채대책

정부는 올 초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해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 이용자 중에서 연체자와 중도포기자가 속출했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꼬박꼬박 갚을 수 있는 고소득자나 중산층들이 2.6%의 저금리 정책상품의 수혜를 보고, 원리금조차 갚기 힘든 저소득층들은 금리인상의 충격에 대책없이 노출돼 있는 셈이다. 여전히 미국발 금리인상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변동금리 대출도 70%에 달한다.

가계부채 관리대책 역시 집단대출 제외 등 예외조항이 많은 데다 DTI 규제 강화 같은 핵심대책은 빠졌다는 지적이다. 이마저도 신규 대출을 억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미 금리인상 시 부실위험이 있는 기존 대출에 대한 대책은 찾기 힘들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DTI 완화 수준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며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 때문에 정부가 DTI 60%라는 상징적인 숫자에 손을 대지 못한 것 같은데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향후 DTI 수준은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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