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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한국에선 세금 다 내면 바보?

입력 : 2015-12-13 05:00:00 수정 : 2015-12-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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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적정 수준에서 잘 걷어들이고, 적절하게 잘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모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은 납세구조가 공평한가 하느냐는 점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원칙이 100%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보긴 어렵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전문직과 고소득 자영업자, 그리고 기업들의 탈세행위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일이다. 또한 국민들의 혈세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 지를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세금 집행이 투명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의심이 큰 상황에서는 아무리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증세 문제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세금과 납세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 알아본다.

꼬박꼬박 빠져나갈수록 커져만 가는 세금에 대한 의문, 국민 대부분은 우리나라는 과세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증세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급여소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증세 및 세금 관련 전반적인 인식 평가를 실시한 결과, 자신이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으며 또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등 전반적인 세금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급여소득자 10명 중 7명이 본인의 납세액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작년 같은 조사보다 소폭 증가한 결과다. 자신이 내고 있는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특히 남성과 30대 및 50대 급여소득자의 관심도가 보다 높은 편이었다. 또한 대체로 월 소득이 높고 진보성향일수록 납세액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는 모습이었다.

◆내가 낸 세금 어디에 어떻게 쓰이나

세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2%가 세금 사용처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으며, 역시 작년보다 응답률이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금 사용처에 대한 관심 역시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으며, 40~50대 급여소득자가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소득이 높고 진보성향일수록 관심이 높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비해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는 응답은 11.2%에 불과했다.

증세와 관련해선 대부분의 급여소득자가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세금인상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단 8.6%에 불과했으며, 81.3%가 증세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세금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더 많아졌다. 또한 모든 연령대에서 세금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공통적이었다. 증세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지금까지 세금을 방만하게 사용한 경우가 많았고(69%·중복응답), 세금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결국 정부의 세금집행에 대한 불신과 투명하지 못한 과세에 대한 불만이 증세에 대한 반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지금의 세금만으로도 충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지금의 세금규모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상당할 만큼 현재의 재정수준으로도 국가운영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세금이 잘 쓰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급여소득자가 단 3.1%뿐이라는 사실만 봐도, 증세보다는 세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인식임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세금집행에 대한 불신, 증세 반대여론으로 표출

반면 증세에 찬성하는 급여소득자들은 그동안 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냈으며, 앞으로 국가가 집행해야 할 복지예산이 많기 때문에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보였다. 세금인상에 찬성하더라도 그 타깃은 ‘부자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향후 복지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각이 많은 것이다. 그밖에 앞으로 ▲국가가 할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33.7%)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며(23.3%) ▲현재 국가채무가 많아서(22.1%)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급여소득자들은 불가피하게 증세를 해야 할 경우 간접세보다는 직접세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세금을 얼마나 부담하는지를 체감하기가 어렵고, 소득재분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간접세보다는 소득과 재산에 따라 과세를 하는 직접세가 증세를 고려할 때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특히 진보성향 응답자의 이런 주장이 강했다. 연령별 직접세를 선택한 비중은 비슷했다.

불필요한 증세의 경우 우선적으로 인상해야 할 세금의 종류로는 법인세를 가장 첫손에 꼽았다. 이는 작년 같은 조사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최근 더욱 나빠진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도 보여진다. 그 다음으로 부동산 거래와 주식투자 및 금융소득에 대한 인상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반면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인상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개인소득세 아닌 법인세 올려라!”

실제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개인보다는 법인(기업)에게 더 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었다. 개인소득세보다는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진보성향일수록 보다 강했다. 또한 증세를 할 경우 부자증세를 해야 한다는 것도 대부분의 급여소득자가 가진 시각이었다. 증세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전체 93.8%가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최상류층 사람들에게 더 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바라본 것이다. 상류층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하고, 하류층은 세금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자도 10명 중 9명이었다. 그에 비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다 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33.2%에 그쳐, 상당수의 급여소득자들은 증세를 해야 할 경우에도 ‘부자 증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증세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강했지만, 무작정 반대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전제조건이 갖춰진다면 세금을 낼 용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전체 74.4%가 향후 내가 직접적인 복지혜택을 반드시 받을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런 시각은 성별과 연령에 따른 차이 없이 동일했다. 다만, 진보성향일수록 복지혜택이 보장될 경우에 세금을 더 내겠다는 입장을 보다 뚜렷하게 보였다. 모든 사람에게 확실한 복지혜택으로 돌아온다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의견도 10명 중 7명이 가지고 있었다.

정치성향에 따른 입장차이도 두드러지는 모습이었다. 또한 전체 65.3%는 세금이 투명하게 관리되기만 한다면 더 낼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분명히 알게 된다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응답도 60.1%에 이르렀다. 결국 세금의 관리가 투명하게 잘 이뤄지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혜택으로 잘 돌아온다면 세금을 좀 더 낼 의향이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증세를 고려하기 전 정부가 먼저 해야 할 과제로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탈세 방지대책(70.5%·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만큼 암암리에 만연한 고소득자들의 탈세에 대한 급여소득자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문직 고소득 종사자에 대한 엄정한 징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매우 많았다. 다음으로 기존 세금 사용처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현재 국가 재정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 정부의 재정집행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정부정책 실행에 대한 신뢰회복(50.8%)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세금인상 혜택(45.6%) ▲향후 세금이 투입될 사업에 대한 국민적인 동의(44.1%)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세금부과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공정하지 않은 과세정책에 대한 불만이 여실히 드러났다. 급여소득자의 87.9%가 우리나라는 과세가 공평하지 않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작년 조사와 같은 수준이었으며 성별과 연령, 정치성향에 관계 없이 대부분의 급여소득자가 현재 정부의 과세정책이 잘못 이뤄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그에 비해 세금을 징수하는 방법과 대상이 공정하다는데 동의하는 의견은 단 4.7%에 불과했다. 또한 거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세금을 잘 내는 사람은 직장인들이라고 생각한 반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세금을 투명하게 낸다는 시각은 4.1%로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합법적으로 세금 다 내고 부자되는 방법은 없다?

투명하지 않은 과세정책과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한 불신은 결국 납세의 의무를 가벼이 여기는 태도로 이어지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75.1%가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다 내고 사는 사람은 이른바 ‘바보 취급’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중·장년층의 이런 인식이 보다 컸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이 존경 받는다는 의견은 17.3%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10명 중 4명 정도는 세금은 안 낼 수 있다면 안 내는 것이 가장 좋으며, 약간의 편법을 사용하더라도 세금을 절약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내비쳤다. 물론 합법적으로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매우 큰 범죄행위라는 사실에는 대부분이 공감했지만, 우리사회에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시각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 2명 중 1명은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적으로 세금을 다 내고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없다는 인식도 보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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