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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쥐락펴락… 美연준, 초국가 ‘금융권력’ 되다

입력 : 2015-12-05 03:00:00 수정 : 2015-12-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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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엥달 지음/김홍옥 옮김/길/2만8000원
화폐의 신- 누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가/윌리엄 엥달 지음/김홍옥 옮김/길/2만8000원


‘화폐의 신’은 전 세계 금융과 정치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막을 파헤친 책이다. 뉴욕 월가의 실질적인 주인은 뉴욕 연준의 이사들이다. 그들은 전쟁을 일으킬 수도, 달러를 빨아들일 수도 있다. 한국 같은 나라는 간단히 골탕 먹일 수도 있는 힘과 돈을 갖고 있다. 금융정책은 그들 입맛에 달렸다. 금융 권력을 30년 이상 연구한 금융저널리스트 윌리엄 엥달의 책을 읽으면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913년 12월 2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법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회를 통과했다. 집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 본회의에서였다. 상원은 의원 상당수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워싱턴과 월가의 거물들이 1910년 11월 J P모건이 소유한 조지아주의 한적한 휴가지 지킬섬에 모였다.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오리사냥을 간다고 둘러댔다. 실제는 연준을 만들기 위한 자리였다.

이 법에는 각종 독소 조항이 숨어 있었다. 이 가운데 세 가지가 가장 악명 높다. 연준 결정은 대통령이나 행정부, 의회에도 비준받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통화정책 권한을 사실상 뉴욕 연준과 그 이사진에 부여하도록 돼 있다. 또 연준 회원 은행 이외의 주식 소유자들은 표결권도 전혀 가질 수 없다. 저자는 “실정이 이러니 외부자가 연준의 주식을 매입할 수도 없고, 연준은 머니트러스트 집안 끼리끼리 파벌을 형성하고 있는 철저한 내부자 조직”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연준은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견제받지 않는 구조로 탄생했다.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최근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태연자약하다. 2007년 봄 모기지담보부증권에서 초래된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해 그들은 단지 실수였다고 치부한다.

뉴욕 연준 이사진은 어떤 인물들로 구성돼 있는가. 베어링스, 로스차일드, 슈뢰더, 모건, 와버그, 시프, 맬릿, 셀리그먼 가계의 인물들로 이뤄져 있다. 어마어마한 갑부들이다. 이들은 연준 회원 은행들의 지분이 민간 소유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저자는 책에서 “헨리 키신저는 이미 1970년대 이를 지적했지만 이들 국제은행가 엘리트 집단은 전 세계 석권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면서 “권력의 세계에 들어서는 입장권은 화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화폐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 세계를 장악할 것이다’가 그들의 모토”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자기네 멋대로 화폐를 통제하거나 화폐부족 사태를 만들어 공황이나 불경기 따위를 촉발할 수 있는 위력의 소유자들이다. 전쟁에 돈을 대고, 연준이 초국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뒤를 봐준 것이 바로 이들 부호 가문이었다. 이 야심가들의 선봉대는 월가의 엘리트 집단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신자유주의’ 광풍도 그들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저자는 화폐가 권력의 도구로 떠오르게 된 역사를 차분히 추적하면서 오늘날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진짜 권력이 누구인지 파헤친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은 두 가지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다. 세계 준비통화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갖고 있는 달러와 아직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미국의 군사력이다. 미국이 건재하는 한 연준의 위력도 위축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시각은 다분히 미국식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쓴 책이지만 민간인인 대부호들이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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