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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꼬리 무는 카드사 '혹독한 한파'

입력 : 2015-11-27 19:37:02 수정 : 2015-11-27 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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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결제 크게 늘어 수익성 악화…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이어 대형업체들 “우리도 내려달라” 카드업계에 혹독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체크카드 사용과 소액결제 급증 탓에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라는 직격탄까지 맞았다.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는 셈이다. 카드업계는 일부 카드사의 매각 혹은 합병설까지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일각에서는 은행계 카드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일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계획을 발표한 뒤 카드사들은 밴(VAN·결제중개업) 수수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밴사에 수수료를 현재의 정액제(카드결제 1건당 정해진 금액을 수수료로 밴사에 지급)를 정률제(카드결제 1건당 정해진 비율을 수수료로 밴사에 지급)로 바꾸면서 수수료를 30%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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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밴사의 리베이트 금지 대상 가맹점 범위가 연매출 100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밴사의 비용지출이 줄어들어 밴 수수료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밴사의 리베이트 규모는 연간 4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밴사들은 카드 수수료 인하 부담을 밴사에 떠넘기려 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의 밴사 검사가 끝나는 다음달부터 협상이 본격화하면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 근거로 밴 수수료 인하 여지를 이야기했지만 업계 간 협상에 당국이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수수료 인하로 보는 손해를 카드사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이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2.0%에서 1.3%로 낮아지면 카드업계는 연간 7000억원 정도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가맹점이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카드사에는 악재다. 현재 평균 1.96%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대형가맹점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금리가 낮아졌으니 수수료를 내려 달라는 입장이다. 대형가맹점들은 2012년 수수료율 체계가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려주는 대신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올려주는 방향으로 바뀌었을 때도 항공사, 이동통신사 등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했었다. 카드사들은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내려줘야 해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 한동안 갈등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방침이 정해지기 전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평균결제액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신용카드 평균결제금액은 지난 1분기 6만795원에서 3분기 5만8959원으로 낮아졌다. 체크카드 평균결제금액도 1분기 2만6321원에서 3분기 2만4993원으로 떨어졌다. 체크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지난 3분기 16.6%로 신용카드 승인금액 증가율(12.4%)을 앞지르고 있다. 체크카드 사용 증가는 은행을 끼고 있지 않아 체크카드 영업 비중이 적은 기업계 카드사(삼성·롯데·현대카드 등) 수익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공교롭게 최근 기업계 카드사가 줄줄이 매각된다는 전망이 퍼지기도 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카드사 수익 악화는 부가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이번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면서 카드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여주기로 했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수익성이 악화하는 카드사들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의 비중을 늘리려고 해도 금융당국 규제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은행계 카드사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카드업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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