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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영의 키노아이] 배우는 연기로 말해요… ‘내부자들’ 흥행의 법칙

입력 : 2015-11-24 12:14:25 수정 : 2015-11-27 1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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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요즘 영화계의 화두로 자리 잡은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얘기다.

지난 1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사상 최단기간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물론, 첫 주말 최다 관객기록을 갈아치우며 극장가에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기세라면 개봉 6일째인 오늘(24일) 200만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참여로 제작단계서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 그러나 촬영기간 중 배우의 사생활 논란이 터졌고, 개봉도 1년 가까이 늦춰지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개봉을 앞둔 시점에도 비난여론은 잦아들 줄 몰랐다. 개봉 전 제작보고회와 시사회, 배우 인터뷰 일정이 시작됐지만 “안 보면 그만”이라는 식의 악플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호평이 무색할 정도였다.

영화의 흥행과 성공은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해 실패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수십, 수백 명 제작진의 노고가 모여 만든 영화가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돼 버린다면 그보다 애석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봉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내부자들'을 보기 위해 관객들의 발길은 극장으로 향했다. 이는 스크린 밖에서 벌어진, 일종의 반전드라마 같았다.

무엇보다 관객들은 영화 자체가 가진 힘에 열광했다. 우리 사회 깊숙이 썩어있는 지도층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묘사, 그 내부에 균열을 가하는 이들의 통쾌한 복수 스토리가 어우러져 130분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홍보사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는 "'내부자들'은 기존 범죄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한계를 벗어나 대한민국 정치를 가장 영화적으로 그려내며 확장적인 이야기를 보여줬다"며 "뉴스 단골 소재인 정치, 재벌, 언론, 그리고 조폭의 커넥션을 아주 밀도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면서 '정치'는 어렵다라는 편견을 깼다"고 흥행요인을 분석했다.

'미생' '이끼' 등을 쓴 윤태호 작가의 힘 있는 스토리와 미완결 웹툰을 완결로 이끌면서까지 영화화의 열망을 드러내온 우민호 감독의 궁합 역시 잘 맞아떨어졌다. 우 감독은 특히 원작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탈피, 복잡한 스토리 속에서도 '쉼표'가 될 만한 유머 코드를 곳곳에 심어놓았다.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모히또에서 몰디브나 한 잔 할까?" 등의 대사는 개봉 2주차인 벌써부터 온라인, SNS상에 회자되며 '명대사' 반열에 올랐다.

제대로 된 정치·범죄 드라마가 나왔다는 호평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사생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이병헌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극 중 정치깡패 안상구로 분한 이병헌은 등장만으로도 아우라를 내뿜으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상승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영화 개봉 이후 “오직 이병헌만이 할 수 있는 연기” “연기로는 비난 못한다” “이병헌의 연기는 앞으로 계속돼야 한다” “이병헌, 그는 대체불가의 배우다” 등의 관객 호평이 쏟아졌다. 영화 개봉을 전후해 온라인 댓글 분위기 역시 확 달라졌다. 영화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물론 영화에 이병헌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관객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조승우, 정중동의 캐릭터를 관록의 연기로 소화해낸 백윤식, 그리고 이경영 김홍파 김대명 배성우 조우진 등 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가 어우러져 '내부자들'의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결국 작품은 작품으로, 배우는 연기로 얘기해야 한다. 속된 말로 “연기로는 깔 수 없다”는 관객 반응을 목도한 많은 영화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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