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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명퇴 관문' 통과, 임용고시 문턱보다 더 높다?

입력 : 2015-11-23 05:00:00 수정 : 2015-11-23 11: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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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교편을 잡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올 2월과 8월 건강상 문제로 서울시교육청에 명예퇴직(명퇴)를 신청했지만 심사에서 연거푸 물을 먹었다. 교원 명퇴의 경우 신청 인원이 많으면 원로교사, 관리직(교장·교감 등), 근속연수 등을 우선순위로 고려해 결정한다. 김씨는 “건강도 좋지 않고 교사를 무시하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바뀐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게 힘에 부쳐 명퇴를 생각했다”며 “퇴직 후 건강을 추스를 생각이었는데 평교사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내년에 다시 신청할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초·중·고교 교사들의 명퇴 신청이 봇물 터지듯 급증해 이른바 '명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교원 명퇴 신청자는 2011년 4476명에서 2014년 1만3376명으로 3년 사이에 199% 늘었다. 특히 올해 2월 말 기준 명퇴 신청자 수는 1만2537명으로 작년 2월 말 5164명에서 143% 급증했다.

교원 명퇴 신청자는 2012년 5447명, 2013년 5946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1만3376명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교단을 떠나는 근본 원인은?

대다수 교사가 명퇴 신청서에 사유를 '건강 등 개인 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상은 달라 보인다. 교직의 위상이 낮아지고 교권이 추락하면서 직업에 대한 만족감과 사명감이 상실된 것이 이들이 교단을 떠나는 근본 원인이다.

"학부모들이 사사건건 참견하는 통에 좀처럼 마음대로 가르칠 수 없어요. 학생들도 예전처럼 지시를 따르지 않아 매우 힘듭니다. 이제 교사직에 환멸감마저 드네요."

이는 명퇴를 신청했다는 한 교사의 푸념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과 폭력 등 교권침해 사례가 빈발하는 것과 함께 교사들의 의욕을 꺾는 한 요인은 과중한 잡무다. 현장 교사들은 잡무가 많아 수업과 생활지도 연구에 쏟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토로한다.

실제 지방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습지도든 생활지도든 연구를 해야 하는데 공문 작성 등 잡무로 에너지와 시간을 뺏기다 보니 전문성을 키울 여력이 없다"며 "교사가 아닌 행정업무 담당자가 된 것 같이 여겨질 때에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사가 전문가 집단이라는 것을 사회에 인식시켜야 교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우리들이 잡무에 허덕이는 상황만 해결되어도 교권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명퇴 붐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직사회의 근무환경 변화와 더불어 공무원 연금개혁 등의 영향으로 명퇴 신청자가 많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 미래 담보할 수 없는 불안감 작용

명퇴를 신청하는 교사가 급증하면서 '명퇴 관문'을 통과하는데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등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각 시·도 교육청들이 신청 인원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전국의 신청자 1만3376명 중 41%인 5533명만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복지관련 예산수요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중앙정부의 교부금 등 세입은 줄어 명퇴 교원을 위한 시·도교육청의 재원 확보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교사들 대다수가 최근 사기 저하를 토로했으며 과중한 행정업무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협회(교총)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대학 교원 2208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본인과 동료교사의 사기가 최근 1~2년 새 떨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75%에 달했다. 이 같은 응답률은 2010년의 63.4%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명퇴 신청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55.8%)이 '교권 추락과 생활지도 어려움에 대한 대응 미흡'을 꼽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불안감'(34.7%)이라는 응답은 이보다 적었다.

교직에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교직에 대해 스스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때(28%) ▲학생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고 생각될 때(20.2%) ▲학부모나 주변에서 교직에 대한 존중을 받을 때(13.9%) 순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설 참교육연구소도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교 조합원 12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 '행정업무'(35%)를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학생지도'(26%), '관리자의 부당한 지시'(16%) 등 순이었다.

교직을 그만두고 싶을 때는 '학생이 교사에게 무례하게 대할 때'(4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교장·교감이 독단적 학교운영을 할 때'(34%)가 뒤를 이었다. 이는 교총의 설문조사에서 명퇴 이유로 '교권추락'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과 일치한다.

◆교원들의 자존감 높이는 정책 필요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학생과 마음이 통한다고 느낄 때'라는 대답이 73%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다음은 '수업을 잘했다고 느낄 때'(20%)였다.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정책으로는 ▲교원성과급(36%) ▲교원평가(30%) ▲입시제도(21%) 순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교원의 사기는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현장 교원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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