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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6년차 윤종신이 밝힌 ‘뮤지션으로 살아남는 법’

입력 : 2015-11-18 21:56:10 수정 : 2015-11-19 02: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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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1인 미디어가 돼라”
“나이가 드니 편견이 사라지고 20, 30대 때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걸 노래로 만들어야 하는데, 차트에서 반응이 안 좋을까봐, 사람들의 관심이 적을까봐 못 만드는 중견가수가 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만든 게 ‘월간 윤종신’이죠.”데뷔 26년차 가수 윤종신. 그는 2010년부터 정규앨범을 내지 않고 한 달에 한 번씩 신곡과 디지털 매거진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음악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월간 윤종신에는 노래는 물론 그 곡을 쓰게 된 배경, 곡 작업 중 에피소드, 최근 사회 이슈에 대한 그의 소소한 생각 등이 종합적으로 담긴다. 6년째 지속되다보니 음원이 쌓이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하나의 미디어가 됐다.

윤종신은 지난 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국제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콘텐츠 산업: 미래를 말하다’ 섹션의 연사로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월간 윤종신’이 하나의 미디어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과정과 플랫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2010년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정규 12집 앨범을 준비 중이었지만 2008년 낸 11집이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앨범을 한 번 내려면 발표 2∼3개월 전부터 엄청난 자본을 들여 마케팅을 해야 했어요. 자정에 음원이 공개되면 새벽 1시 안에 차트에 진입하느냐로 승부가 나요. 타이틀곡만 가지고 그 앨범의 성패가 갈리는 거죠. 공들인 앨범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잘못하면 ‘망한 가수’, ‘한물간 가수’ 이런 얘기를 들으며 마이크를 놓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었던 거죠.”

가수 윤종신이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국제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콘텐츠 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거대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창작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1인 미디어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그래서 그는 앨범을 제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팔로어가 며칠 사이에 몇 만명씩 늘어났어요. 그걸 순진하게 다 내 음악 수요라고 착각했던 거죠. 그래서 ‘매월 한 곡씩 발표하고 디지털 매거진을 제작해 SNS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큰 자본 들이지 않고 음악만으로 승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SNS의 확산력은 음원소비로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꾸준히 활동을 했지만 그가 매월 곡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반응이 있건 없건 꾸준히 했어요. 뮤직비디오도 최소비용으로 만들고요. 한 3년 정도 되니 뒤늦게 제가 계속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월간 윤종신을 찾아 듣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한참 전 발표한 노래가 음원수익이 돼 돌아왔고, 묻힐 뻔한 곡을 다른 가수가 리메이크해서 또 수익이 창출됐어요. ‘쌓이니 이런 힘이 되는구나, 이것이 아카이빙의 힘이구나’ 느끼게 됐어요.”

현재까지 월간 윤종신으로 70곡 가까운 디지털싱글이 발표됐다. 현재 매거진앱 구독자는 33만명, 트위터 팔로어는 86만명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구독자까지 합치면 윤종신의 콘텐츠를 소비한 누적 구독자는 180만명에 이른다. 그는 이 숫자를 단순한 ‘팬’으로 보지 않는다.

“팬덤과는 달라요. 팬덤에 의지하면 팬의 취향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구속될 수밖에 없고, 진정한 창작자의 역할을 하기 쉽지 않죠. 월간 윤종신은 노래뿐 아니라 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저와 성향이 맞고, 제 생각을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월간 윤종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컬래버레이션 제의도 많이 들어왔다. 지난해 8월에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을 먼저 읽고 책 출간과 동시에 음원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호는 모바일 게임 ‘회색도시2’와 함께 작업했고, 영화 등 많은 콘텐츠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윤종신은 매월 음원을 발표하는 것의 장점으로 홀대받는 음원이 없다는 점, 당장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한 달 안에 음악으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지난달 신해철의 기일을 앞두고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추모곡 ‘고백’을 월간 윤종신 특별호로 발행했다. 24일 발표할 월간 윤종신 11월호의 디지털 싱글 ‘연습생’은 지난달 ‘가수 연습생과 작업해 깜짝 데뷔를 시켜보자’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는 뮤지션이 거대 자본에 휩쓸리지 않고 창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작은 미디어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브랜드가 확실히 만들어지고 그걸 꾸준히만 한다면 어느 순간 미디어가 돼요. 그런 미니멀한 미디어가 많아지면 시장도 더 수평적인 구조가 되겠죠. 저는 월간 윤종신처럼 규칙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들만 모아서 또 하나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지금 제 꿈입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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