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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후진국형 산업재해, 언제까지 두고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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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6 21:00:09 수정 : 2015-11-06 2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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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근로자가 업무상 사고로 목숨을 잃는 비율이 일본보다 3.5배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그제 내놓은 ‘노동리뷰-산업재해 현황과 산업안전보건법령의 개선 과제’ 보고서의 통계다.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사망만인율이 2013년 0.71로, 일본의 0.20에 비해 현격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사망만인율은 2006년 0.96으로 처음 1 이하로 내려온 뒤 2011년 0.79, 12년 0.73, 13년 0.71 등으로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국내 재해율도 하향 추세다. 제법 고무적이다. 그러나 국제 비교를 통해 관련 지표를 다시 읽어보면 갈 길이 멀다는 점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과 일본의 사망만인율 차이가 바로 이런 맥락이다.

한·일 산업구조는 유사한데도 다치거나 숨지는 근로자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무심히 넘길 일이 아니다. 독일(0.17), 영국(0.04) 등의 지표는 국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비교 대상으로 삼기도 어렵다. 우리 산업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안전불감증의 유령이 도처에서 출몰한다는 뜻이다. 나라를 뒤흔든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도 허술한 사회안전망과 무관치 않은 불상사다.

물론 우리 정부와 사회가 수수방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산업안전혁신위원회는 9월 ‘산업안전보건 혁신의 원칙 및 방향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을 채택했다. 원청업체 책임을 엄격하게 지워 산재 예방을 기한다는 방향의 합의를 이룬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앞서 1월 세운 ‘산업현장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도 중장기적으로 긍정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얼마 전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내년부터 종합심사낙찰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 또한 재해율과 사망만인율 등을 낮추는 묘방이 될 수 있다.

명심할 것이 있다. 관련 제도 보완만으로 후진국형 인명, 재산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진정 긴요한 것은 ‘빨리빨리’ 문화의 폐해를 넘어설 수 있는 범사회적 각성이다. 기업과 근로자 의식부터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기업 간 공정경쟁 풍토를 조성하는 과제도 잊어선 안 된다. 예방교육을 비롯한 사전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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