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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마라, 누군가 보고 있다…PRO, 다른 그 무엇

입력 : 2015-10-31 09:00:00 수정 : 2015-10-31 10: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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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그 다른 무엇>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지 마라, 누군가 보고 있다.

투수라면 한번쯤 들었을 조언이다. 손가락이 아니라 팔뚝을 보여서도 안된다는 말이다. 그만큼 프로 세계는 상대를 알기 위해 무섭게 파고들기 때문에 팔뚝, 좀더 정확히 말하면 팔뚝 근육 움직임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수는 던지기는 구종에 따라 그립을 달리한다. 그립 즉 공을 잡는 모습(손가락을 벌리거나 하는 것)에 따라 팔뚝 근육 움직임이 달라진다. 상대는 이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보고 손가락 모습, 그립을 파악해 체인지업, 투심패스트볼 등을 알아낼 수 있다.

◇버릇, 버릇이 문제

사람이라면 모두 제각기 버릇이 있게 마련이다. 야구선수도 사람이기에 그렇다.

프로는 이러한 버릇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분석한다.

일본 프로야구는 지나칠 만큼 치밀하다. 국민타자 이승엽도 파고 또 파고든 상대의 약점찾기에 고생(무릎쪽으로 바짝 붙여 들어온 뒤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했다.

◇현미경 일본야구, 팔뚝도 조심

일본의 3루 혹은 1루 코치나 전력분석원들은 상대투수 팔뚝만 보면 구질을 안다고 했다.

무슨 소리가 하면 투수가 공을 잡을 때(손가락을 벌리거나, 꾸부린다) 팔뚝 근육이 움직이게 마련이다. 여러분들도 손가락을 조금 벌리거나 많이 벌리면서 팔뚝을 자세히 보라. 그러면 팔뚝 근육이 다른 움직임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팔뚝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혹은 큰 움직임)을 보고 투수가 어떤 구질(투심, 포심, 체인지업, 포크 등)을 던지기 위해 그립하는가를 눈치챈다.

이를 타자에게 알려 준다면 타자는 쉽게 볼을 쳐 낼 수 있다.

타자가 투수가 던지는 볼을 본 뒤 구종과 방향을 파악, 방망이를 휘두른다면 100전 100패이다.

타자가 판단해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보다 볼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

대부분의 타자들은 투수와 수싸움을 하며 구질을 예상, 타격을 한다.

이때 “이번 볼은 체인지업”이라고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따라서 웬만한 투수들은 자신의 팔뚝을 잘 드러내지 않고 상대가 쉽게 볼 수 없도록 한다.

글러브로 입을 가린채 말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구종과 관계없이 한결같은 폼으로 쉽게 던질수만 있다면 단연 최고의 투수읻.

말은 쉽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신이 내린 투수가 아니라면 팔뚝 근육의 미세한 떨림만으로 구질을 눈치채니 조심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나를 지켜 보고 있다니 참 무섭다.  하지만 이를 알고도 이겨내는 것이 프로이다. .

사실 우리 모두 그렇게, 프로처럼 살고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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