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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노트] 직업·건강·가정·효도·애정… 위기의 중년 남성을 위하여

입력 : 2015-10-30 19:24:05 수정 : 2015-10-30 19: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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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쇼코 지음/서라미 옮김/메디치미디어/1만3800원
남성표류-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의 인생가이드/오쿠다 쇼코 지음/서라미 옮김/메디치미디어/1만3800원


“남자가 왜 표류합니까”라는 독자들 전화가 빗발쳤다. ‘표류’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을까? 이번 제목을 잘못 지은 건 아니겠지? 필자가 책임편집한 ‘남성표류’는 남자들이 표류하는 삶의 영역을 포착해낸다. 직업표류, 건강표류, 가정표류, 효도표류, 애정표류…

마흔 즈음,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다. 마흔다섯만 돼도 퇴직 위기를 느끼는 조로(早老)사회 아닌가. 가정적인 아빠가 되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부모님을 돌보는 일도 대책이 서지 않는다. 미혼이나 이혼으로 독신도 늘어간다. 저자는 10년간 200명의 중년 남자들을 추적하면서 위기의 극복과 실패 얘기를 책에 담아냈다. 예리하면서도 흥미롭게 엮어냈다.

정소연 메디치미디어 편집부장
저자는 여성이면서 남자 문제에 이끌렸다. 1966년생인 저자는 신문사에서 홍일점으로 일하던 여기자였다. 잘나가는 강인한 선배들도 내면에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중년의 심리 탐험을 시작했다.

그가 인터뷰한 남자들은 평범한 이들이다. 한국 남자처럼 아픈 얘기를 하는 걸 싫어하고, 남자라면 강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자랐다. 일본은 사회보장제도가 잘돼 있고 연금도 많으니 우리보다 형편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단카이 세대의 자녀는 한국 동년배인 사십 대와 비슷한 처지다. 자진퇴사 압박에 밀려 경력이 끊어진다.

육아남을 자처한 40세 K씨는 승진에서 밀리자 교육에 더욱 열을 올렸다. 가정에서라도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한국에선 최근 육아 TV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일본에선 이미 5년 전부터 육아남이 인기였다. 아빠가 가정에 시간을 더 쓰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못다 푼 경쟁심에서 아이들을 대리전으로 내모는 일도 잦다고 한다.

귀가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어떤 입장일까? 남편이 출세 코스를 밟는 동안 아내는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여성 응답자가 일본에서 몇 년 새 증가했다고 한다. 과거로의 회귀인가? 저성장의 장기화, 가치의 다변화로 한국에서도 일반적인 성공이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남자들이 나올 것이다. 아내가 원한다면 전업주부로 살겠다는 남자들도 나올 수 있다. 과연 사회와 가정은 중년 남자를 ‘좋은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정소연 메디치미디어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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