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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관심이 식을까"…입원 母에 인슐린 주사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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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31 15:00:00 수정 : 2015-10-31 15: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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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죽일 생각이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줄리아 나이트(56)는 흐느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옥스퍼드 형사법원에 들어선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기만 했다. 줄리아는 엄마에게 지속적인 인슐린 주사를 한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줄리아의 엄마 롭슨(81)은 최근 집에서 기절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식 잃은 롭슨은 입에서 거품까지 물었다. 그를 진단한 의료진은 롭슨에게 누군가 지속적으로 1형 당뇨병 환자들이 맞는 인슐린을 주사한 사실을 밝혀냈다.

롭슨에게 인슐린을 주사한 사람은 그의 딸 줄리아였다. 줄리아는 현직 간호사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다른 당뇨병 환자들의 처방전을 조작한 뒤, 인슐린을 구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롭슨은 과거 백혈병과 뇌출혈 등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지난해 10월, 밴베리(Banbury)의 한 병원에도 입원했다. 줄리아가 처음 엄마에게 인슐린을 주사한 시기는 이때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줄리아가 입원한 엄마에게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줄리아는 “의료진의 관심이 식을까 봐 그랬다”고 진술했다. 의료진이 엄마를 위중한 환자로 보지 않아 퇴원을 명령할 것이 두려워 그랬다는 것이다. 백혈병과 뇌출혈 등으로 고생한 엄마를 의료진이 퇴원시키면 집에서 따로 보살필 사람이 없다고 줄리아는 말했다.

줄리아는 법정에서 “엄마가 집에 가는 것이 두려웠다”며 “의사들이 엄마 앞에 앉아 자세히 보살피도록 뭔가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은 이전에도 엄마를 아무 처방 없이 퇴원시켰다”며 “그들은 엄마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줄리아는 “혹시 엄마를 죽일 생각이었나요?”라는 변호사의 물음에 “그럴 생각은 없었다”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러면서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흐느꼈다.

검사는 줄리아의 행동이 계획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줄리아가 2006년에 인슐린 과다 주사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실도 언급했다. 당시 줄리아는 파혼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려 했으나, 겨우 목숨을 건졌다.

줄리아는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며 “그 응원이 우리 엄마에게도 닿기를 바랐다”고 울먹였다. 그에게 롭슨은 ‘세상’이었다.

안타깝게도 롭슨은 합병증으로 지난 9월23일 숨졌다. 재판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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