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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자속에 담긴 촌철살인… 日 전통시 ‘하이쿠’ 진수 소개

입력 : 2015-10-29 20:41:19 수정 : 2015-10-29 20: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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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 ‘바쇼 하이쿠 선집’ 출간
일본의 전통적인 짧은 정형시 ‘하이쿠(俳句)’는 5-7-5 음률 17자에 촌철살인의 묘사와 감정을 드러내는 장르로 유명하다. 일본 시인 바쇼(芭蕉·1644∼1694)는 하이쿠를 완성한 대부로 추앙받고 있다.

류시화 시인이 펴낸 ‘바쇼 하이쿠 선집-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열림원)은 바쇼의 대표 하이쿠 350편을 가려 뽑아 시인 해설을 붙인 책이다.

“파초에는 태풍 불고/ 대야에 빗물 소리/ 듣는 밤이여”

바쇼가 눈물의 시인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명편이다. 오두막 앞에 문하생이 파초 한 그루를 심어주었는데 바쇼는 그곳에 혼자 살면서 밤이면 파초 잎에 부는 바람 소리를 듣고 풀로 엮은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자신의 이름까지 바쇼(芭蕉·파초)로 바꾸었다.

“말하는 사람마다/ 입속의 혀/ 붉은 단풍잎”

류시화는 이 하이쿠를 두고 “붉은 단풍잎에 대해 시를 읊는 모든 사람의 입속에도 붉은 단풍잎을 닮은 혀가 하나씩 들어있다”고 해석했다. 다양한 재앙을 가져오는 붉은 혀의 이미지도 중첩돼 있으니 바쇼의 언어 유희 솜씨는 찬탄할 만하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이라고 썼고, 입추의 아침에는 “가을 왔다고/ 내 귀를 방문하는/ 베갯머리 바람”이라고 지었다. 방랑의 여행길 초겨울 입구에서는 “서리를 입고/ 바람을 깔고 자는/ 버려진 아이”를 보았다. 그 겨울이 시작될 무렵 “서리 밟으며/ 절룩거릴 때까지/ 배웅했어라”고도 썼거니와 그리 애틋하게 보낸 이는 누구였을까.

“소리 투명해/ 북두칠성에 울리는/ 다듬이질”

별밤 북두칠성까지 올라가는 다듬이 소리, 명징하고 아름답다. 이 하이쿠에 대해 류시화는 “소리도 투명하고 별들도 투명하다. 청각이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쇼가 하이큐에서 공감각적 묘사를 자주 사용한 것은 선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길 위에서 평생 살다시피 한 바쇼의 하이쿠는 여름날 파초에 부는 바람 소리처럼 계절이 겨울로 바뀌어도 여전히 쓸쓸하다. “겨울날의 해/ 말 위에 얼어붙은/ 그림자 하나”

류시화는 해제에서 “바쇼가 시공간을 초월해 세계 독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또 다른 매력은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생애 마지막까지 고독하고 탈속적인 삶을 추구한 데 있다”면서 “평생 독신으로 살며 발꿈치가 닳도록 몇 차례나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보 여행을 떠났던 바쇼는 빈곤한 생활에 자족하며 삶과 문학에 대한 고뇌의 끈을 놓지 않고 외로움을 하이쿠로 승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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