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시정연설 안팎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취임 후 3번째 국회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오전 9시41분쯤 국회 본관에 도착했다. 이어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안내를 받아 티타임 장소인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박 대통령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웃는 표정으로 “제가 늦은 거 아니죠”라고 질문하는 여유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의장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황교안 국무총리 5부 요인과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비공개로 10여분간 환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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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앞쪽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를 하는 모습. 이재문 기자 |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교과서 태스크포스(TF)’ 구성 의혹에 대해 “정부가 교과서 TF를 만들고, 우리 의원들이 현장을 갔더니 ‘감금했다’고 하니 우리 당 의원들은 상당히 격앙이 돼 있는 상황이다. 걱정이 많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교육부에서 확실한 내용을 밝힌다고 들었다”고 언급했고 배석한 이병기 비서실장이 “네”라고 답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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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김 대표, 박 대통령, 원유철 원내대표,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
야당은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맞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날 본회의 불참을 선언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의원단은 본회의장 입구에서 ‘국정화 철회’, ‘대통령님, 국사(國史)보다 국사(國事)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박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정의당 의원들 뒤편을 통과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웃으며 국회에 들어섰던 박 대통령의 얼굴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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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6년도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새정치연합은 본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본회의장 의석 컴퓨터 모니터 뒷부분에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 우선’ 등의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붙이고 시위를 벌였다. 정 의장이 “우리가 삼권 분립의 나라로서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禮)를 요구하듯이 우리도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인쇄물 제거를 요구하고, 김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대책을 논의한 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야당에 인쇄물 제거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인쇄물 시위에 대해 논의했지만 시위 방침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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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를 방문해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박 대통령은 야당의 시위로 예정보다 15분 늦게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다. 여당 의원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지만 야당 의원은 기립만 하고 가만 있었다. 박 대통령은 42분간 연설 동안 56차례의 박수를 받았지만 야당 의원은 단 한차례도 손뼉을 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의 ‘반쪽 박수’만 나온 셈이다. 연설 중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미리 준비해온 역사교과서를 펼쳐 읽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퇴장할 때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한 반면, 야당 의원들 대다수는 기립하지 않고 앉은 채로 박 대통령의 퇴장을 기다렸다. 박 대통령은 퇴장하면서 좌우 통로 뒷줄에 있던 친박계 이장우 대변인에게 손을 뻗어 악수하며 애정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비박계 이재오 의원과도 손을 잡아 눈길을 끌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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