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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장례식장 입구 골목에서 여자가 울고 있다 좁은 골목은 몇 번이나 차들이 뒤엉키면서 비린내를 반복했다 여자의 소복은 가로등에 부담이다 희부연한 가로등 불빛이 그 울음을 두 손으로 다 움켜쥐지도 못했다 울음이 점점 길어지자 가로등은 한숨 쉬며 불을 켰다 껐다 반복하면서 여자의 주위를 맨돈다 골목 그림자의 인중이 더 길어졌다 그 울음 곁에 굴건 쓴 사내가 다가갔다 그리고 금방 여자의 울음이 그쳤다 당신은 당신을 찾는 사람과 닮았다는 말이 얼핏 귓가에 맴돌았다 그 울음이 골목을 벗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내가 당신의 울음이거나 당신이 내 울음이란 요철이 골목에 생겼다고 들었다

-신작시집 ‘검은 색’(문학과지성사)에서

◆ 송재학 시인 약력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기억들’ ‘진흙 얼굴’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내간체를 얻다’ ‘날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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