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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당신에게… 비에도 지지않는 용기와 위로를

입력 : 2015-10-23 20:18:39 수정 : 2015-10-23 20: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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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지음/엄혜숙 옮김/야마무리 코지 그림/그림책공작소
비에도 지지 않고/미야자와 겐지 지음/엄혜숙 옮김/야마무리 코지 그림/그림책공작소


우리는 삶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더 가지려 하고 더 누리려 하고 심지어 남의 것을 뺏으려고 한다. 그 망각과 욕심 때문에 현대인의 삶은 항상 피곤하며 고난과 다툼의 연속이다. 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위로와 격려와 깨달음을 담은 시 한 편을 건넨다.

‘은하철도의 밤’ ‘주문이 많은 요리점’ ‘첼로 켜는 고슈’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 미야자와 겐지가 1931년 11월 3일 수첩에 처음 적은 시 ‘비에도 지지 않고’를 85년이 흐른 2015년 그림책으로 만난다. 일본어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았을 그 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야마무라 고지의 그림을 통해 그의 삶과 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37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사상과 작품들이 왜 지금까지 일본과 세계 문학계를 열광케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옮긴이는 “아이도 어른도 모두 저마다 고단한 생활 속에서 비에도 지지 않는 용기를 얻고 스스로 위로 받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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