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美 유력지 의견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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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지 이튿날인 15일(현지시간).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박 대통령 얼굴이 담긴 전면광고가 실렸다. 박 대통령 방미를 환영하는 광고 아닐까. 착각이다. 광고의 절반을 차지한 동양계 할머니 4명의 얼굴사진 표정이 심상치 않다. ‘박 대통령이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때다’는 제목 아래에 ‘한국군이 저지른 성폭력의 베트남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사과를 요구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누가 낸 광고일까. ‘베트남의 목소리’(Voices of Vietnam)라는 단체다. 미국에서 거의 활동이 없었던 ‘듣보잡’ 단체다. 광고 게재 시기도 뜬금없다.

해당 단체는 자체 사이트까지 개설해 놓았다. 사이트에는 ‘베트남전 때 한국군에 의해 구조적인 강간과 성폭행을 당한 수천명의 베트남 피해 여성들한테서 증언을 확보하고 진술을 기록하는 단체’라고 소개돼 있다. 1969년 미 육군 감찰관 보고서,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총장에게 보내는 탄원서 등 자료 4건도 올려놓았다. 급조한 느낌이 든다. 탄원서가 만들어진 날짜가 각각 15일, 14일이다. 첫 글은 지난 13일에야 올려졌다.

만만치 않았을 광고비를 누가 냈을까. 아무리 협상을 잘하더라도 WSJ에 전면광고를 내려면 6,7만달러(7000만원 안팎)가 든다고 한다. 시민단체가, 그것도 신생 단체가 단기간 모금하기 쉽지 않은 액수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일본이 배후에 있을 걸로 의심한다. 근거는. 15일 ‘베트남의 목소리’ 주최로 워싱턴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이다. 이날 놈 콜먼 전 상원의원이 화상 인터뷰에 나서 이들을 지원했다. 그는 “일본 정부에 위안부 관련 사과를 요청하려면 한국도 월남전 성폭행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오래전부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고용한 로비회사 ‘호건 로벨스’ 소속이다.

한·일 양국은 역사문제 등으로 지난 3년 반 동안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와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물밑접촉 중이다. 또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북핵 문제는 일본의 우려사항이기도 하다. 지금은 한·일 양국이 상대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진중해야 할 시기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 박 대통령 방미에 맞춰 우리의 불편한 과거를 거론한 것이라면 치졸하기 짝이 없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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