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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본질은 재미추구가 아닌 자기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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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8 04:13:59 수정 : 2015-10-08 04: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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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6세대 감독 왕샤오솨이 ‘마스터클래스’ 강연
“재미만 추구하지 말고 정신을 위한 영양분과 경각심을 가지고 비판하는 능력을 객석에 건네주어야 합니다. 자기성찰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요즘엔 왜 영화의 오락 부분만 강조하고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감독이 되면 주변 현상이나 변화에 현혹되지 않고 그 본질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됩니다.”

자장커, 장위안 등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제6세대 감독이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AFA(아시아영화아카데미) 교장인 왕샤오솨이의 마스터클래스가 지난 6일 오후 부산 동서대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아시아 각지에서 뽑힌 AFA 학생들과 시네필들이 참석해 영화감독과 영화 작업에 대한 왕 감독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었다.

왕 감독은 모든 것이 서툴렀던 자신의 첫 촬영 이야기로 시작했다. “어떡하지? 뭘 해야 하지? 이렇게 하면 맞나? … 모두 나만 바라보며 선택하기를 원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 했죠. 앞으로 수많은 영화를 찍어야 할 텐데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싶더군요. 이것은 감독이 매번 겪어야만 하는 고통입니다.”

이어서 영화감독이 갖춰야 할 자질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감독은 개인의 마음과 눈, 생각을 통해 우리 생활을 묘사하는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머릿속에 정리해 놓은 ‘느낌들’을 드넓은 스크린 위로 어떻게 펼쳐내야 할까요. 순발력을 살려서 롱테이크나 몽타주 등 그때마다 적절한 기법을 적용해 촬영하면서도 늘 배우들의 동선과 공간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스토리북을 만들어 수십번 읽어 보면서 작품의 세밀한 부분까지 쭈 꿰고 있어야만 해요.”

왕샤오솨이 감독은 ‘마스터클래스’에서 느낌과 방법, 선택과 판단, 특징과 맛, 인식과 태도를 영화감독이 갖춰야 할 네 가지 자질로 꼽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둘째로 ‘선택과 판단’을 꼽았다. “다시 촬영할 것인지, 아니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조명이나 음향도 바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될 테지만 계속 찍을 수만은 없으니 빨리 결정해야 하죠. 커트마다 ‘예스 또는 노’를 똑 떨어지게 구분해주는 판단이 필요해요.”

셋째로 촬영하는 지역의 특징과 그곳만의 ‘맛’이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감독이라면 중국에 대한 자신의 느낌, 중국 사람들 간 감정을 영화에 어떻게 녹일지 고민해야 해요. 바람에 전통의상 치파오가 날리거나 상자에서 치파오를 꺼내는 장면 등은 아주 강한 느낌을 줍니다. 베트남 감독이라면 베트남 오후의 촉촉한 느낌, 그 ‘공기’까지 전달해야 하는거죠.”

끝으로 나라, 사회 현실, 역사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중요성을 들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 특별히 느끼는 점이 없다면 영화의 아이덴티티 역시 빈곤할 것입니다. 중국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의 수많은 상징들을 잃었습니다. 지역 사람들의 특징과 문화가 곧 드라마의 ‘맛’인데, 이 모든 것들이 개발과 함께 사라지면서 예술영화의 영역도 좁아지고 있어요. 아무튼 이 네 가지를 염두에 둔다면 깨어있는 감독이 될 것 입니다.”

상하이에서 태어나 베이징영화학교를 졸업한 왕 감독은 1999년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때 데뷔작 ‘나날들’과 ‘머나먼 낙원’을 출품해 호평을 받았다. 그의 영화는 정치적이진 않지만 동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중국의 어두운 이면을 담아낸다. 톈안먼사태를 전후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검열과 탄압을 받기도 했다. ‘극도한랭’의 경우 로테르담영화제 출품 당시 본명을 숨기고 ‘무명’이란 이름 아닌 이름을 사용했다.

대표작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북경자전거’(2001)와 ‘상하이 드림’(2005), ‘인 러브 위 트러스트’(2007), ‘중경 블루스’(2010) 등이 있다.

부산=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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