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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겐 원전 사고보다 인간이 더 해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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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7 15:14:26 수정 : 2015-10-07 15: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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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서 싹트는 생명…인간 발길 뜸해서?

 

‘죽음의 땅’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 늑대와 멧돼지, 엘크 등 야생동물들이 다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서북부 체르노빌은 옛소련 때인 1986년 4월 원전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폭발과 화재, 방사능 피폭으로 8200여명이 사망하고, 170만명가량이 직간접적으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20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로 꼽힌다. 그런데 이들 생명이 다시 체르노빌로 돌아온 계기가 슬프다. 방사능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지난 30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대학과 영국 포츠머스대학 공동 연구진은 체르노빌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 종류와 개체 수가 원전 사고 직후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20여년 동안 헬기를 이용해 4200㎢에 이르는 일대 포유동물 수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엘크와 노루, 붉은사슴, 멧돼지 등의 개체 수는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연구진은 사고 1~10년 후 사슴과 맷돼지 수가 꾸준히 증가한 사실도 확인했다. 체르노빌 일대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해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일부 종은 오히려 다른 일반 자연서식지보다 개체 수가 증가했는데, 늑대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7배 더 많았다.

짐 스미스 포츠머스대 교수는 PA통신에 “야생동물은 (방사능 오염과 상관없이)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왕성한 회복력을 보였다”며 “다시 말하자면 생태계에겐 원전 사고보다 사냥, 개발 등 인간이 더 해롭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의 자매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5일자)에 발표됐다.

체르노빌 원전 참사는 1986년 4월26일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 인접 지역에 있던 체르노빌 발전소 4호기에서 발생했다. 이 4호기는 1983년 12월에 운전을 시작한 최신 원자로였다. 사고는 정기 검사를 위해 가동을 멈추기에 앞서 실험하던 근무자가 출력을 높이려다 원자로 온도가 급증해 폭발했다. 폭발과 함께 원자로는 산산조각이 났으며 방사능 가스와 물질은 4.5㎞ 높이의 공중으로 날아갔다.

 

방사능 오염 구름은 2개로 나눠져 한쪽은 벨라루스 폴란드 스칸디나비아반도를 거쳐 유럽을 강타했으며, 다른 한쪽은 동쪽으로 이동해 러시아 한국 일본 등을 지나 북미까지 흘러갔다. 당시 소련 정부는 사고 발생 3일 뒤인 29일 이를 공식 발표해 피해는 극심했다. 초기 사망자는 31명이었지만 6년 후엔 8200여명으로 늘어났다.

당국은 폭발 후 3일 이내에 체르노빌 인근 거주 주민 3만명, 이후 추가로 13만명을 이주시켰다. 체르노빌 방사능 영향지역에서 갑상선 질환, 암, 백혈병 등의 발생률이 50% 이상 증가해 43만명가량이 방사능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산, 사산, 유전적 기형아 발생률도 크게 늘었다. 체르노빌 발전소에 있던 원자로들은 1991년과 96년에 폐기됐고 마지막 3호기도 2000년 12월15일 완전 가동을 중단하고 봉쇄작업에 들어갔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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