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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관 87%가 ROTC, 장성은 8.5%…“육사위주 육성구조 개선해야

입력 : 2015-09-28 10:32:53 수정 : 2015-09-28 22: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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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중부전선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정모(24) 소위는 ROTC(학군사관후보생) 출신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정 소위는 병과학교에서 초등군사교육(OBC)을 마치고 지난 6월 자대 배치를 받았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조모(24) 소위는 대대에서 유일한 임관 동기다. 정 소위는 “(조 소위와) 같은 나이에 같은 부대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다 보니 서로 많이 의지가 된다”며 “서로에게 배우는 점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업군인을 목표로 장기복무를 희망하는 정 소위는 가끔 조 소위가 부러울 때가 있다. 앞으로 군생활을 하면서 겪게 될 진급과 보직 부분에서다. 정 소위는 “육사 출신은 비육사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보직을 받고 진급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고 들었다”며 “같은 소위로 임관했지만 육사 출신보다 뒤에서 출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끔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12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합동임관식에서 소위 계급장을 단 신임 장교들이 경례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소위로 임관한 5691명 중 학군 출신은 87.5%(4981명)인데 반해 육사 출신은 3.84%(219명)다. 그만큼 우리 군의 야전부대 최일선에서는 학군 장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군은 장교 육성 정책에서 육사 위주, 장기복무 위주의 사관생도 육성에 치중해 왔다. 현재 육군 내 장성 10명 중 7명 이상(72.1%)이 육사 출신이지만 학군 출신은 8.5%에 불과하다.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에 따르면 육사 생도 양성 비용은 1인당 약 2억4600만원에 달하지만 학군 장교 1인당 양성 비용은 1100만원으로 약 21배 차이가 난다. 4년 동안 생도생활을 하는 육사와 대학 생활 2년 동안 후보생 생활을 하는 학군 후보생의 차이는 감안해야 겠지만 2년 동안 생도 생활을 하는 3사는 양성비용이 5800만원 정도라는 점에서 육사 생도의 처우가 월등하게 낫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관학교가 장차 우리 군을 견인해 나갈 핵심 인력을 양성한다는 점에서 집중 투자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육사가 군 간부 양성을 위해 우수한 인원을 선발하다 보니 육사 출신 군인들은 대부분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단기복무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유로 학군장교를 비롯한 비육사 출신 장교들을 차별 대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군에 뒤늦게 뜻을 두고 장교로 임관한 비육사 출신 장교가 육사 위주의 군 시스템에 한계를 느끼고 조직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학군장교에 대한 정책적 소외가 고착화되면 결국 우수 학군장교의 지원을 가로막고 이로 인해 학군 장교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형성할 개연성도 매우 높다. 최근 5년간 수도권 주요 대학의 학군장교 경쟁률이 현격히 낮아지고 있는 현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서울대는 최근 5년간 경쟁률이 2 대1을 넘긴 경우가 없고 올해 서울 주요 대학도 전체 평균 경쟁률(4.44:1)보다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학군 장교는 병사보다 긴 군생활(28개월·육군 병사의 경우 21개월) 등으로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군단이 전문 직업 군인의 주요 경로로 인식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학군장교 제도는 병 복무와 함께 또 하나의 의무 복무 형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군 상부로 올라갈수록 사관학교 출신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과 관련해 초급간부 양성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각 군 출신별 장교 인원비율’에 따르면 군 간부의 사관학교 출신 비율은 대령 이상부터 도드라지는데 육군 대령의 경우 66.2%, 장성급의 경우 72.1%가 사관학교 출신으로 채워져 비육사 출신을 압도했다.

반면 중·소령급 이하 장교는 학군· 학사· 간호사관 등 비육사 출신 비율이 높게 분포하고 있어, 군 상부조직으로 갈수록 비육사 출신의 ‘진급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군에서 대장(4성 장군)까지 오른 학군 출신 장군은 5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유능한 초급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의 경우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이나 마크 밀리 현 육군참모총장처럼 학군 출신의 군 고위직 진출이 활발하다. 미국은 ROTC를 대부분 4년 과정으로 운영하며 매년 1만2000명의 장학생을 선발하고 학년별로 300~500달러씩 수당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동기 유발 제도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군이 미래에 대응하고 스스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상부에 다양한 출신의 간부들을 포진시켜야 한다”며 “비사관학교 출신 장교의 진급률을 높이기 위해 초급간부 양성시스템 개선을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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