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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 염원하는 붓질 멈출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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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21 20:46:40 수정 : 2015-09-21 20: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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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한일여류문화교류 시서화전’ 연 日 서화가 고바야시 후요 세상은 세계를 위해 정성을 드리는 이들이 있기에 화평하다는 얘기가 있다. 21∼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여류문화교류 시서화전’을 갖는 일본 서화가 고바야시 후요(小林芙蓉·73) 여사는 20일 저녁 서울에 도착해 숙소에서 두문불출했다. 다음날 전시개막식까지 한국을 위해 기도와 정성을 드려야 한다는 이유에서 인터뷰조차 거절했다. 일본 전통의상 하카마 차림으로 개막식에 나타난 그는 ‘붓 그림’ 퍼포먼스를 즉석에서 펼쳐 보였다. 얼굴엔 수도자에게서 볼 수 있는 맑은 기운이 감돌았다. 73세라는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일본 전역에서 그를 따르고 후원하는 이들만 1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일본 서도계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이번 전시에도 20여명의 후원자들이 그와 동행했다. 먹물을 만들 때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한 물을 합수해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그만의 의식이다.

세계평화의 기운을 시서화로 풀어내고 있는 일본 서예가 고바야시 후요. 한국을 영혼의 모국처럼 느끼고 산다는 그는 한국에서만 15차례 전시를 가졌다.
“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림과 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 있는 700여 나라의 성수를 받아 그 물로 세계평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류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 조화된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며 먹을 갈아왔습니다.” 속기가 사라진 그의 글씨와 그림에선 시선을 빨아들이는 그 무엇가가 느껴진다. 팔을 벌려 안아줄 것 같은 필체에선 원융의 미가 흐른다. 평화의 기운을 모으면 우주도 함께 한다며 그는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광주비엔날레와 순천국제정원박람회 등에 15차례 작품을 출품한 바 있다. 이번 전시회에선 정원박람회에서 인연을 맺은 오양심 시인의 시화도 함께 선보인다.

“저는 전시회가 열리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 종교를 먼저 익히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자타(自他)가 하나되고 절로 자아(自我)가 무(無)의 경지에 이르면 붓 가는 대로 몸을 맡기지요. 쓰고 그린다기보다 쓰고 그리게 된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겁니다.”

‘서예는 사람의 됨됨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무아의 경지를 위해 좌선을 하기도 했다. 그도 예외는 아니다.

“최고의 경지는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자아를 없애면 영감이 내려와서 쓰게 됩니다. 그래서 쓰고 있다는 감각이 없습니다. 쓰고 난 후 글씨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위로를 받게 됩니다.”

특히 그는 한국에 오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이 영혼의 모국 같은 착각이 들 정도란다. 주위에서 그의 전생이 백제의 공주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세계평화를 위해선 한국과 일본의 우호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과거사와 최근의 불편한 관계는 하루속히 해결돼야 합니다. 민간예술 교류가 양국 간 불편한 기류를 걷어내는 촉매제가 될 겁니다. 오랜 옛날부터 마음을 함께 하고 정성을 드리는 ‘제단’이 사실은 예술이었다는 점을 이 시대에 다시금 환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적극 추진한 한국과 일본 측 인사들의 면모도 이채롭다. 한국 측에선 1927년 조직된 항일여성운동단체의 정신을 이어오고 있는 ‘근우회’ 이희자(66) 회장이 적극 주선했다. 일본 측에서는 일본 근우회 구말모(80) 회장이 힘을 보탰다. 두 사람은 “이 시대의 항일운동은 양국이 화해와 친선으로 세계평화를 위한 중심국가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구 회장은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유학 중 ‘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으로 옥살이를 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북송선을 탄 누이를 보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전력이 화를 불렀다. 한·일 수교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조인식 현장을 지켜본 당사자로서 요즘의 원만하지 못한 한·일 관계가 무척 가슴이 아프다. 이 회장은 북한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선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북한을 수십번 왕래했을 정도다.

21일 전시개막 행사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오동춘 짚신문학 대표 등 정치·문화계 인사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축사에서 “한·일 양국 국민의 심리적 앙금은 서로 더 많이 만나 더 깊게 이해하는 것에서 해소될 수 있다”며 “마음의 만남이 바로 문화교류”라고 강조했다.

글·사진=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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