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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의 기운을 시서화로 풀어내고 있는 일본 서예가 고바야시 후요. 한국을 영혼의 모국처럼 느끼고 산다는 그는 한국에서만 15차례 전시를 가졌다. |
“저는 전시회가 열리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 종교를 먼저 익히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자타(自他)가 하나되고 절로 자아(自我)가 무(無)의 경지에 이르면 붓 가는 대로 몸을 맡기지요. 쓰고 그린다기보다 쓰고 그리게 된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겁니다.”
‘서예는 사람의 됨됨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무아의 경지를 위해 좌선을 하기도 했다. 그도 예외는 아니다.
“최고의 경지는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자아를 없애면 영감이 내려와서 쓰게 됩니다. 그래서 쓰고 있다는 감각이 없습니다. 쓰고 난 후 글씨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위로를 받게 됩니다.”
특히 그는 한국에 오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이 영혼의 모국 같은 착각이 들 정도란다. 주위에서 그의 전생이 백제의 공주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http://img.segye.com/content/image/2015/09/21/20150921004660_0.jpg?randomNumber=1511314790127)
이번 전시를 적극 추진한 한국과 일본 측 인사들의 면모도 이채롭다. 한국 측에선 1927년 조직된 항일여성운동단체의 정신을 이어오고 있는 ‘근우회’ 이희자(66) 회장이 적극 주선했다. 일본 측에서는 일본 근우회 구말모(80) 회장이 힘을 보탰다. 두 사람은 “이 시대의 항일운동은 양국이 화해와 친선으로 세계평화를 위한 중심국가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구 회장은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유학 중 ‘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으로 옥살이를 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북송선을 탄 누이를 보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전력이 화를 불렀다. 한·일 수교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조인식 현장을 지켜본 당사자로서 요즘의 원만하지 못한 한·일 관계가 무척 가슴이 아프다. 이 회장은 북한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선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북한을 수십번 왕래했을 정도다.
21일 전시개막 행사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오동춘 짚신문학 대표 등 정치·문화계 인사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축사에서 “한·일 양국 국민의 심리적 앙금은 서로 더 많이 만나 더 깊게 이해하는 것에서 해소될 수 있다”며 “마음의 만남이 바로 문화교류”라고 강조했다.
글·사진=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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