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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읍·면·동제…'정치적 계산' 불편한 목소리

입력 : 2015-09-22 09:30:00 수정 : 2015-09-22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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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행정력 집중 업무 효율성 유도 취지 퇴색…책임 읍·면·동제 확산 논란
행정자치부가 ‘주민밀착 행정서비스’를 내세우며 추진 중인 책임 읍·면·동제가 지난 5월 경기도 시흥시에서 첫발을 내디딘 뒤 전국적으로 급속한 팽창세를 보이고 있다. 읍·면·동 인구 7만명을 기준으로 해 ‘대동제’ 또는 ‘미니 구’로 불리는 이 제도는 기존 시와 구에서 담당하던 사무 일부를 위임받고 6급 이하 인사권까지 갖게 돼 ‘책임’이란 단어가 붙었다. 당초 인구 7만명을 넘어 분동을 해야 하는 거대 동이나 인구가 적은 읍·면 또는 행정구 설치 예정인 기초지자체가 대상이었지만, 이미 구가 설치돼 운영 중인 지자체로까지 확대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행정센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여는 책임 읍·면·동제는 업무과다 등의 우려와 ‘정치적 계산에 의해 시행되는 제도’라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논란이 일고 있다.


◆3개 구를 운영 중인 부천시도 대동제 도입


행자부는 지난 4월14일 경기 시흥과 군포, 부천, 남양주, 세종시, 강원 원주, 경남 진주 등 4개 시·도 7개시를 1단계 책임 읍·면·동제 운영도시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시흥시가 지난 5월13일 대야·신천동을 묶어 ‘대동 행정센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데 이어 군포와 원주시도 뒤를 이었다. 행자부는 지난달 경기 화성과 김포, 의정부, 양주, 광주, 전남 순천, 광양, 경북 경주 등 3개도 8개시를 2단계 운영도시로 발표했다.

이들 지자체 가운데 수도권의 남양주와 화성·의정부·김포·양주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거대 동이나 인구가 적은 읍·면 등 지자체 행정구역의 일부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부천시가 3개구 모두를 폐지하고 행정구역 전체에 책임 읍·면·동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남양주 등 5개시와 함께 전체 행정구역을 책임 읍·면·동제로 전환하는 지자체가 됐다. 남양주 등 수도권 5개시는 인구가 60만명을 넘거나 곧 60만명에 육박해 행정구 설치가 필요한 지자체였다.

부천시도 당초 원미·오정·소사 3개구 가운데 소사구에서만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시 의회의 확대 시행 요구에 전 지역을 대상으로 방침을 바꿨다. 그동안 행자부는 이미 ‘구가 설치돼 있는 지역은 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부천시의 다른 전 지역 책임 읍·면·동제 전환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자체들이 촉각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책임 읍·면·동제는 기존 읍·면·동이 공원·하천 점용허가, 옥외광고물 허가, 토지등록 등 시·군·구의 업무 일부와 6급 이하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의 기능과 자율권이 강화되는 제도다. 2∼5개 읍·면·동을 묶은 뒤 중심이 되는 읍·면·동이 주도적으로 복지·안전·도시관리 등 행정을 맡고, 나머지 읍·면·동은 지위는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중심 읍·면·동에 기능을 넘겨주게 된다. 센터장은 4급(지방 서기관)이 임명돼 ‘미니 구’로 불리는 이유다. 이 제도는 기존 ‘시→일반구·출장소→동’으로 이어지는 3단계 행정구조를 시→동으로 한 단계 줄여 1961년 완성된 현재의 읍·면·동제의 근간을 바꾸는 형태다. 

책임 읍·면·동제 도입으로 지난 5월 문을 연 경기 시흥시 대야·신천행정센터에서 민원인이 업무를 보고 있다.
시흥시 제공
◆반대의견과 음모론 목소리 커


행자부는 책임 읍·면·동제가 주민밀착 행정서비스 제공은 물론 행정구조 단순화로 비용 절감과 탄력적 인력운용 효과까지 가져오는 일석이조의 제도라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존 읍·면·동제 실시 이후 50여년이 흘러 편리한 교통체계나 인구구조, 거주여건 등이 크게 변했지만 이에 맞는 행정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며 이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과 달리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시범지역으로 발표된 경남 진주시나 책임 읍·면·동제 실시를 요청받은 김해시가 대표적 사례다. 또 세종시도 이 제도 실시와 관련해 행자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진주의 경우 동부 5개면(진성, 지수, 사봉, 일반성, 이반성면)을 ‘1개 행정면 체계’로 바꾸는 게 골자인데 주민들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해시의 경우 7만명이 넘는 내외·북부동이 시범운영 지역 대상이었지만 김해시의 ‘실시 불가’입장으로 제외됐다.

이들 시는 1997년 7월 국내 처음으로 대동제 추진에 들어갔다가 유명무실해진 경남 창원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창원시는 인구 50만명이 넘어 행정구를 설치할 상황이었지만 구 설치로 인한 읍·면·동의 기능 약화를 우려해 기존 시지역 24개동을 12개동으로 묶는 대동제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인력충원 문제와 넓은 지역 운영에 따른 비효율성으로 인해 사장된 형태다.

또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주민들도 “시의 대동제 운영계획이 구를 설치하겠다던 당초 계획을 바꾼 것인 데다 업무의 비효율성이 예상된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세종시는 조치원읍에 4개면을 통합하는 책임 읍·면제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인력충원 문제로 행자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유보입장’까지 고려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원과 성남, 고양, 용인 등 인구 100만명이 넘거나 육박하는 지자체들은 “인구 100만명에 걸맞은 특례시 등 요구사안이 커지자 이를 덮으려는 인위적 제도개편이 아니냐”는 눈초리다. 특히 일부에서는 노무현정부 시절 광역지자체인 시·도를 없애고 전국을 몇개의 시·군 단위로 묶어 운영함으로써 중앙통제를 강화하려던 의도와 같은 맥락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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