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배가 고파 울고 있다. 그런데 젖꼭지가 말라 비틀어졌다. 모유 수유를 해야 하는데, 아들에게 젖을 먹일 수 없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아기를 죽이는지 알 것 같다. 임신 이후, 난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아기를 품에 안은 반라(半裸) 여성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속 여성은 산후 우울증을 극복했다. 출산 직후, 가족들이 자기를 버렸다는 생각에 우울했던 여성은 동생의 권유에 뷰파인더로 몸을 내던졌다. 그의 사진을 본 네티즌, 특히 산후 우울증을 겪었던 이들의 응원이 쇄도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사는 대니엘 헤인스는 지난 2013년 11월, 아들 오션을 낳았다.
출산의 기쁨도 잠시. 헤인스는 심한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다. 미칠 것 같았고, 마음이 어지러웠다. 출근한 남편, 집으로 돌아간 부모님이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산후 우울증은 결혼생활 불만족, 양육의 어려움 그리고 남편의 도움 부족 등이 겹칠 때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로서 자신감 하락, 불면증 그리고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남편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인생을 비관적으로 본 그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다. 품에 안은 아들이 밉게 보였다. 출산의 기쁨은 헤인스에게 다른 사람 이야기였다.
출산 3일이 지났을 무렵, 여동생 사라가 헤인스의 집을 찾아왔다. 때마침 헤인스의 친구 케이티 디베네디토도 놀러 왔다. 이들은 헤인스가 아들을 잘 키우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헤인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그는 “어때?”라는 사라의 질문에 “엉망진창이야”라고 답했다. 언니를 가만히 보던 사라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좀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혹시 집에 카메라 있어?”라고 사라는 헤인스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언니는 자연 그 자체야”라며 “정말 아름다워”라고 덧붙였다. 그는 “언니의 현재를 사진에 담고 싶어”라고 말했다.
헤인스의 사진은 그렇게 탄생했다. 2년 가까이 지나서야 페이스북에 게재됐지만, 사진 영향력은 매우 컸다. 헤인스의 사진을 본 네티즌, 특히 비슷한 처지에 있던 여성들의 격려가 그에게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네티즌은 “문득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때가 생각나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아들에게 젖을 물리지 못할까 두려웠다”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랐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 외에 “음식을 만들어준 여동생 덕분에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헤인스는 게시물 끝에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던 시간은 매우 힘들었다”며 “친구와 동생의 응원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엄마들도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헤인스의 사진은 현재까지 2만회 넘게 페이스북에서 공유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대니엘 헤인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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