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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뚫리는 방탄복 입혀 놓고 나라 지키라니 염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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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04 20:34:06 수정 : 2015-09-04 20: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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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부대의 방탄복 지급률이 고작 41.8%라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이 어제 공개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육군 일반전초(GOP)와 특공부대 등 최전방 ‘고위험 전투병력’은 10만명에 달하지만 이들에게 지급된 방탄복은 4만2030벌에 불과했다. 교전이 벌어지면 10명 중 6명은 방탄복 없이 전투에 나서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급된 방탄복이 북한군 소총탄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방탄복이 아니다. 자료에 의하면 최전방 부대가 보유 중인 방탄복 가운데 북한군 신형 개인화기인 5.45㎜ AK-74 소총탄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은 3147벌뿐이다. 군은 지난해 AK-74 소총탄을 막기 위해 신형 방탄복 8602벌을 구입했지만 이 중 5455벌은 방탄판이 들어 있지 않아 9㎜ 권총탄만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방산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방산·군납 비리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 등 7개 기관 인력 100명 이상이 투입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출범했다. 불량 방탄복은 대표적인 방산비리 사례다. 지난 6월에는 2011∼2012년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 2000여벌을 특수전사령부에 납품한 업체가 필수 재봉기계나 기술자격증 없이 군 심사를 통과한 것이 적발됐다. 방탄복 시험운용 결과 “생존율이 낮다”는 일선부대 보고를 묵살하고 시험평가서류를 조작한 육·해군 장교 3명이 구속기소됐다. 앞서 감사원은 2012년 감사 결과보고서에서 2008년 구입한 방탄복 전량 폐기를 요구했지만 군은 품질 미달 방탄복을 재구매했다. 전우와 나라를 배신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런 일이 반복돼 지금 최전방 부대의 방탄복 실태 같은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군은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방탄복 지급률을 100%로 끌어올리고 2020년까지 모두 신형 방탄복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년 국방예산안에는 예비군에게 방탄복 2만1000여벌을 보급한다는 항목이 들어 있다. 말은 이렇게 해놓고 또다시 무늬만 방탄복이 지급될까 걱정이다. 이제라도 군은 각성해야 한다. 모든 전투병력에게 제대로 된 방탄복을 서둘러 지급해야 한다. AK-74 소총탄 정도는 막을 수 있어야 군 방탄복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게 방탄복 같은 기본적인 장비를 갖춰 주는 것은 나라의 의무다. 그래야 호국의 간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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