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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양철학 거목 니체… 동양사상적 관점서 풀이

입력 : 2015-09-05 01:00:00 수정 : 2015-09-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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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 지음/소나무/3만5000원
니체, 동양에서 완성되다/박정진 지음/소나무/3만5000원


근대 서양철학의 거목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를 동양사상적 관점에서 풀이한 해설서가 나왔다.

저자는 서양철학자들의 니체 읽기를 그대로 따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만의 이해의 폐쇄적인 장(場)’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날 니체 부활의 흐름이 일고 있는 것은 니체는 서양문화가 낳은 필연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를 평가절하할 것도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다. 매우 천재적인 철학자 같지만 실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철학자”라고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니체는 ‘힘(권력)’과 ‘증대’라는 소유의 형태로 영원을 가지려고 했다. 니체의 분석대로 서구문명의 목표는 ‘힘의 증대’였다. 서구문명은 초기 헤겔학파의 근간이었던 변증법적 사고를 통해 발전해 왔다. 서구문명은 한때 변증법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온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따라할 것이 못 된다. 계속 자기부정적인 변증법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긍정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증법은 역사적으로 부정과 이상을 제공할 뿐이었지 현실에서는 만족과 해탈을 주지 못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비롯해 니체의 저술들이 역설과 배반, 모순, 그리고 온갖 아이러니로 꽉 차 있는 것은 그 연장선상이다. 니체는 본질적으로 시인이었다. 여성적인 시인과 남성적인 철학이 항상 갈등하고 있었다. 서양문명의 온갖 모순을 접한 니체는 마치 ‘감옥 속에 갇힌 자유인’처럼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니체의 정신병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진단이다.

니체 속에서는 서양문명의 여러 상징들이 충돌하고 있었다. 니체는 서구문명의 온갖 철학적 짐을 지고 있었다. 동시에 극심한 자기부정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마도 그의 의지와 달리 그 힘겨움에 질식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니체의 머리와 신체, 의식과 무의식은 엇박자였을 것이다. 만약 그가 완전한 시인이었다면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그가 완전한 철학자였더라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니체는 서양 근·현대철학의 변곡점에 있는 인물”이라면서 “이 불우한 천재 서양철학의 마지막 광자(狂者)의 그 치열함이 서양철학을 대변하고도 남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니체는 동양에서 살아보아야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는 서양에서 동양을 책으로만 접하고 그들의 영양분으로 섭취할 게 아니라 동양에서 직접 살아보아야 동양의 ‘전인적인 삶’, 즉 욕망을 제어하는 선비와 군자 혹은 스님과 신선의 모습을 배울 수 있다고 풀이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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