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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정책 수출 현장을 가다] 바로 받아 마시는 수돗물… 페루 ‘삶의 질 개선’ 첫 단추 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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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3 19:49:21 수정 : 2015-08-23 19: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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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울시 원조로 수도시설 개선 나선 찬차마요시
“수돗물을 받아 바로 먹는다는 것은 페루는 물론이고 남미 전체에서도 최초일 겁니다.” 정흥원(68) 페루 후닌주의 찬차마요 시장은 23일 산라몬에서 진행 중인 수도시설 개선사업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찬차마요시는 라메르세드와 산라몬, 피차나키, 베르네, 산레스수아르, 피토의 6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주민 수는 21만명이다. 1995년 무렵 페루에 처음 발을 디딘 정 시장은 2010년에 이어 지난해 재선에 성공, 찬차마요시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2012년 서울시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시작된 이 사업이 연말까지 마무리되면 산라몬 주민 2만2000여명이 바로 마실 수 있는 수돗물(하루 7000t 규모)을 공급받게 된다. 간단히 정리하면 찬차마요시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한 주민이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가지는 잠재적 의미와 가능성을 따져볼 때 ‘대역사’라는 수식어가 결코 지나치지 않다.

◆바로 마시는 수돗물, 열망에서 현실로

찬차마요시뿐만 아니라 페루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곳이다. 이 같은 기후적 배경은 식수 보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질과 공급량이 담보되지 않는 것이다. 우기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탓에 수돗물조차 탁류로 변한다. 육안으로도 각종 오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반대로 건기에는 맑은 물이 나오지만 이용할 수 있는 양이 대폭 줄어든다. 여기에 60여년 전 처음 개설된 뒤 제대로 유지·보수가 된 적이 없던 상수도 시설은 낡을 대로 낡았다. 파손이 잦다 보니 아예 물 공급이 끊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혼 추 오레고 찬차마요시 EPS(수도사업본부) 매니저는 “여러 가지 민원이 있지만 항상 물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만큼 이 일대 모든 주민이 상수도 시설 개선 공사에 대해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원조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의 핵심은 기존의 상수도 시설을 개선하고 물 공급량을 늘리는 데 있다. 취수지에서 정수장에 이르는 3㎞의 배관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하루 공급 능력이 3000t이었던 정수시설을 7000t규모로 대폭 늘린다. 올해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산라몬 일대의 가정에 깨끗한 물이 공급되는 것은 물론 정수장 인근에 누구나 물을 떠 갈 수 있도록 공공 수도시설이 마련될 전망이다.

산라몬의 이번 사업은 찬차마요시 3단계 수도개선 사업 중 1단계이다. 올해 중 2단계로 찬차마요시의 중심지인 라메르세드(인구 2만3000명), 2018년에는 3단계로 인구 최다 지역인 피차나키(약 7만5000명)에 수도시설 개선사업이 각각 시작될 예정이다.

◆깨끗한 물, 삶의 질 개선의 신호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 나아가 주민 전체 삶의 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정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물로 인해 각종 오물을 섭취할 뿐만 아니라 기생충으로 인한 각종 질병이 전파된다. 결국 건강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등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페루 후닌주 찬차마요시의 산라몬에 조성 중인 정수 시설 전경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인선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찬차마요시 피차나키 지역 학교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보건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연구원이 설명하는 ‘깨끗하지 않은 물’로 인한 현실은 상당히 심각했다.

기후 특성상 이 지역의 주민들은 수시로 물을 마셔야 한다.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학교에는 정수시설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학생들이 수돗물을 마시고 나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복통을 호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응급물품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환경에서 교사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귀가조치다. 기생충 등 보건에 대한 인식이 낮다 보니 물을 끓여먹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위생 확보를 위한 노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박 연구원은 “물을 잘못 마시면 영양이 부족해지고 몸도 약해지기 때문에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 풍토병에 치명적”이라며 “깨끗하지 않은 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환경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학교 질서가 흐트러지고 나아가 학생들의 삶의 질 전반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루 후닌주 찬차마요시의 산라몬 전경
찬차마요시는 주민의 보건위생 확보를 위해 수돗물 개선과 모자보건센터(보건소) 건립, 각종 교육을 통한 주민 보건역량 강화, 구충약 보급 확대 등의 사업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의 수돗물 개선 사업은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찬차마요시의 사업이 페루 전역, 나아가 남아메리카 지역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 시장은 “산라몬의 정수시설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시설이 완공되면 (페루) 대통령과 후닌주지사 등 국내의 많은 인사들을 초청해 시음행사를 대대적으로 할 것”이라며 “향후 한국의 수도사업이 페루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찬차마요(페루)=글·사진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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