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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인생' 택한 이혼, 아이 인생은 어쩌나

입력 : 2015-08-16 19:27:01 수정 : 2015-08-17 0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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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 정신건강 화두
법원 '양육 안내' 교육자 수
상반기 1358명… 2014년의 3배
#1. 정우(10·가명)는 아빠가 싫다. 아빠 때문에 엄마가 슬퍼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지난해 3월 아빠와 이혼한 엄마는 부쩍 짜증이 늘었다. 늘 다정했던 엄마는 이제 정우가 학교에서 돌아와도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엄마를 두고 외할머니와 이모는 “모든 게 네 아빠 탓”이라고 비난한다. 한 달에 한 번뿐인 아빠와의 만남 때면 엄마는 “네 아빠가 또 널 늦게 보낼 게 뻔해”라며 신경질을 부린다. 아빠를 만나도 즐겁지 않다. 정우는 결국 “XX새끼야, 너 왜 자꾸 나랑 엄마 괴롭히는데”라며 아빠한테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얼마 뒤 정우는 병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2. 지난 3월 A(6)군과 B(4)군의 부모는 이혼했다. 네 식구가 함께 살던 시기에도 교수인 엄마는 논문을 쓰느라 지쳐 두 형제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아빠는 그런 엄마를 탓하기만 했다. 아빠가 엄마에게 손찌검을 하더니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급기야 아빠는 A군과 B군을 데리고 일방적으로 집을 나왔다. 엄마를 못 본 지 7개월째에 접어든 요즘 두 아이는 아무 때나 성기를 만지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이혼 가정 자녀들의 정신적 결핍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14년 1∼6월 448명에 불과했던 ‘자녀양육 안내’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이혼 부부 수가 2015년 같은 기간에 1358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등에 따라 본인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이혼을 ‘선택’ 하는 부부가 많아지면서 역설적으로 남은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고민이 커진 셈이다.

2013년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 건수는 5만9000건으로 전체 이혼의 51.2% 수준으로 절반 이상의 가정이 미성년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해체’ 수순을 밟는다. 전문가들은 “이혼 과정에서 당사자인 부부 못지않게 부모의 갈등을 지켜본 미성년 자녀도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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