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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일들… 슬픔이 기쁨으로

입력 : 2015-08-01 02:23:35 수정 : 2015-08-01 02: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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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므라즈코바 지음/김경옥 옮김/노란상상/1만2000원
멋진 화요일/데이지 므라즈코바 지음/김경옥 옮김/노란상상/1만2000원


체코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모두 자신의 날이면 주인공이 되어 그날의 세상이 잘 돌아가는지를 살핀다는 독특한 발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의 화자는 화요일이다.

오늘은 화요일의 날. 일주일 만에 눈을 뜬 화요일은 세상이 모두 잘 돌아가는지 둘러본다. 화요일 눈에, 벤치에 쓸쓸히 앉아 있는 할머니가 보인다. 할머니를 생각에 잠기게 한 건 어린 시절 생일, 엄마가 만들어준 인형에 대한 기억이다. 할머니는 심부름을 다녀오다 인형을 잃어버린 게 지금도 속상하다. 슬퍼하는 할머니에게 화요일이 자기가 본 인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인형은 동네 장난꾸러기 소년이 몰래 바구니에서 빼간 것이었다. 소년은 미안한 마음에 인형을 할머니 집 담 너머로 던졌지만, 알고 보니 한 골목을 더 가서 던졌다. 담 안쪽 마당에 아픈 몸으로 누워 있던 소녀는 갑자기 날아온 인형을 보고 다시 피아노를 치겠다는 힘을 얻는다.

피아노를 배운 여자아이는 훗날 연주회를 열었고, 그 연주회를 듣던 한 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시골에서 지내는 아들을 떠올린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편지를 썼고, 그 편지를 받은 아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편지를 읽으며 노래를 부른다. 그 나무 곁을 지나가던 한 소녀는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고, 화랑에 걸려 70년이 넘게 전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았고, 얼마 전에도 한 소년이 그 그림을 보면서 아버지에게 나무를 심고 싶다고 말한다. 화요일과 할머니 곁으로 나무를 들고 오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까지가 화요일이 할머니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할머니의 마음속에서 슬픔으로 남아 있던 한 조각 기억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묵직한 감동을 받게 된다. 화요일은 이렇게 할머니의 바구니에서 떨어진 인형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이야기를 하나 둘 들려준다.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 이어져 있듯 우리의 긴 인생 또한 하루하루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겠는가를 일깨우는 그림책이다.

작가는 어린 독자들에게도 긴 인생이 가진 비밀을 독특한 방식과 따뜻한 색감으로 알려준다. 슬픔만 기억하고 있던 할머니에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삶의 이야기들은 위로와 기쁨을 준다. 슬픔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감싸안아야 할 감정이다. 아이들은 슬픔과 기쁨이 만나는 장면에서 인생뿐만 아니라 온전한 성장이 무엇인가를 알아가게 된다. 작가의 12권짜리 시리즈 ‘여러 가지 중요한 일들에 관한 어린이책’ 가운데 여덟 번째 책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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