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로비 앞을 직원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과 친족들이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같은 편에 섰다.
후계구도 다툼에서 신 회장이 주도권을 쥐며 앞서 나가자 소외된 다른 형제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막판에는 신 총괄회장도 장남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롯데그룹발 ‘형제의 난’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29일 롯데와 재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신 총괄회장과 장남인 신 전 부회장 등 친족들이 거사(?)를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신 전 부회장이 주도하는 일본롯데 이사 6명 해임건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그동안 신동빈·동주 두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서 한발짝 물러나있던 신 이사장도 일본행에 동행하면서 신 이사장에게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에 따라 ‘왕자의 난’의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0.74%), 롯데제과(2.52%), 롯데칠성음료(2.66%), 롯데푸드(1.09%), 롯데정보통신(3.51%), 롯데건설(0.14%), 롯데알미늄(0.1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의 보유 지분 자체는 크지 않지만, 어느 한쪽과 합쳐지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캐스팅 보트’를 쥔 셈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신 이사장은 2.52%의 지분을 보유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6.83%)이나 신 회장(5.34%)에는 못 미치지만 신 전 부회장(3.95%)과 합치면 신 회장의 지분을 넘어선다.
또 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복지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과 신 이사장이 연합할 경우에는 한국 롯데 일부 계열사에서 신 회장의 지분율을 앞선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93세의 고령인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서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던 롯데그룹 측도 신 전 부회장이 연로한 부친을 앞세워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1922년생인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진 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장남 신 전 부회장을 물리치고 차남 신 회장에게 일본 롯데 경영까지 맡긴 것으로 알려진 신 총괄회장이 지난 27일 일본으로 건너가 장남 편을 들어준 것에서도 볼 수 있듯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일본 비상장 법인 광윤사(光潤社)의 지분구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윤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모두 광윤사 지분을 29%씩 갖고 있고, 12% 지분을 가진 ‘우리사주’가 신 회장의 지지세력이다.
신 총괄회장의 광윤사 지분은 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오랜 기간 광윤사를 통해 한·일 롯데를 지배해왔다는 점에서 나머지 지분에 대한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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