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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의경제라운지] 피케티의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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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24 20:22:29 수정 : 2015-07-24 20: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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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경제이론서로 프랑스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은 국문 번역판의 경우 820쪽에 달해 사람들이 책을 읽기보다는 베개 대용으로 쓰고 있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방대한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출간된 첫해에만 세계적으로 20만부 이상이 팔려 나가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우선 제목이 상당히 선정적이다. 잘 알다시피 자본론은 19세기 중반 카를 마르크스가 저술한 책으로 20세기 많은 정치경제적 사건들은 그로 인해 발생했다. 이 책은 바로 자본론의 주제를 21세기 경제 환경 내에서 논의하겠다는 저자의 의도를 담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이 책의 주제는 부의 분배에 관한 것이다. 세상에서 재화를 만들어 주는 생산요소로 자본과 노동의 두 가지가 있는데, 이 두 가지 생산요소가 생산에 기여한 대가로 가져가는 소득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소득을 결정한다. 피케티는 책의 전반부에서 여러 나라의 분배 상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후반부에서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선진 경제의 분배는 양극화가 심한 상태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분배의 양극화가 20세기 초에 심했다가 중반에는 완화되는 듯했으나 후반으로 들어서 다시 심화됐다는 관찰이다. 이 관찰은 20세기 중반 사이먼 쿠즈네츠라는 경제학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쿠즈네츠는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 초기에는 분배가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으나 발전이 심화됨에 따라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 주장은 그 당시 실증자료에 의해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 그러나 훨씬 나중에 다시 돌아보니 분배의 개선은 1, 2차 세계대전 중에 실시된 계획경제 덕이 컸던 것 같다. 자본주의 경제는 스스로 분배의 양극화를 치유할 능력이 없는 듯 보인다.

요즘 국내에서도 분배의 양극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간의 차이가 너무 큰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다분히 윤리적인 시각이 있고, 다른 관점에서는 이러한 분배의 차이가 경제의 성장동력을 훼손시킨다는 효율성에 기초한 접근이 있다.

피케티의 책은 기본적으로 부의 분배에 대한 관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찰에 기초해 부의 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으로 부자에 대한 엄청난 수준의 세금 부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의 분배가 발생한 이유를 밝혀내는 데는 미흡한 면이 많고 그 때문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시된 정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의 몸이 어딘가 아프다면 그 증상의 원인을 찾아야 치료에 적합한 처방을 마련할 수 있다. 배가 아프다고 그 부위에다 빨간 약을 바른다면 그 증상은 치료될 수 없다. 피케티는 우리 경제의 아픈 부분에 대한 묘사는 매우 잘하고 있는 반면, 그 증상이 왜 발생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분배의 문제가 심각하면 할수록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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