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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로 태어나 고통의 삶 그러나‘인간이라는 직업’ 살아냈다

입력 : 2015-07-25 10:00:00 수정 : 2015-07-2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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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철학자 알렉상드르 졸리앵 이야기
탯줄에 목이 감겨 탄생부터 기적이었지만
인생의 우여곡절 감내… 삶의 기술 체득
禪 접하고 한국행… 인간 존재의 고통 성찰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임희근 옮김/문학동네/1만원
인간이라는 직업/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임희근 옮김/문학동네/1만원

이번에 번역돼 나온 ‘인간이라는 직업’은 장애인 철학자 알렉상드르 졸리앵(40)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 직전에 기적적으로 태어나 뇌성마비를 갖게 됐다. 그의 일생은 하루도 어려움없이 지나간 적이 없었다. 그가 인간 존재의 고통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졸리앵은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삶의 진실과 의미, 행복을 찾아간다.

졸리앵은 1975년 스위스 사비에스에서 트럭운전사 아버지와 가정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3살 때부터 17년간 요양 시설에서 지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로 인한 불편과 고통에 시달렸다. 다행히 부모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스위스 프리부르 문과대학에서 공부하고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배우면서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어느날 라디오 방송에서 선(禪)에 대해 듣게 된다.

졸리앵은 선에 빠져들면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던 예수회 신부이자 서강대 종교학과 서명원 교수를 스승으로 삼아 한국에 오게 되었다.

‘인간이라는 직업’에는 자신의 내면에서 인간으로서의 ‘자기’를 재발견하는 알렉상드르 졸리앵의 치열한 사유과정이 담겨 있다.
“인간이라는 직업을 직접 살아낸다는 것은 인생의 우여곡절을 감내할 수 있게 돕는 삶의 기술을 체득하여 늘 기쁨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피치 못할 시련과 역경에 직면하고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약함이 꼭 중압이나 장애만은 아니며 놀라운 풍부함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깨닫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졸리앵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장애를 가진 몸에도 얼마든지 맑은 정신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증명해낸다. 그는 고통을 피하려고 하기보다 고통의 감정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때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할 힘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한국이 내게 철학자라는 직업을 심화할 기회를 주었기에 새 출발을 할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는 서울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합니다. 시내에서 길을 잃기도 하면서 이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고 다니는 것이 아주 신비롭습니다.”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는 그는 현재 부인, 세 자녀와 서울에서 살고 있다. 졸리앵은 육신의 고통에 관한 그 어떤 이야기라도 들어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태어난 조건과 되어가는 과정은 모두 다르지만 인간은 모두 ‘인간이라는 직업’을 받아들이고 나날의 전투를 행함으로써 인간으로 되어가는 것입니다.”

저자는 고통을 잊기 위해 치열한 작가의 길을 걸었다. 유럽에서 알아주는 작가 반열에도 올랐다. 그의 첫 저서 ‘약자의 찬가’(1999)는 2000년 몽티용 문학철학상과 모타르상(문학창작 부문)을 수상했다. 2002년 펴낸 ‘인간이라는 직업’ 역시 유럽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인간됨을 끝까지 이어가고 일상의 우여곡절을 감당하려면 우리에겐 삶의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육신을 갖고 사는 삶의 기술이란 즐거운 금욕이며, 여기에서 인생 행로에 대한 커다란 물음이 나온다”고 말한다. 바로 “어찌 하면 좀 더 낫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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