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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일부가 된 문학 존재의 불안을 말하다

입력 : 2015-07-23 20:33:30 수정 : 2015-07-23 2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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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인 세번째 평론집 발간
“이제 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문학의 불안을 말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불안에 대한 문학이 아니라 문학의 존재 그 자체의 불안이다.”

문학평론가 서영인(44·사진)이 세 번째 평론집 ‘문학의 불안’(실천문학) 머리말에서 꺼낸 화두다. 그가 생각하는 ‘문학의 불안’은 “세간의 평처럼 독서 대중의 감소와 출판 시장의 불황 같은 외적 여건에서 기인하는 것도 아니며, 문학이 문화산업과 속도 경쟁의 시대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그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무 잘 적응한 나머지 문학이 있어야 할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문화산업의 일부가 되어 버린 문학은 문화산업의 논리 내에서만 사유될 수 있을 뿐이므로 거기에 대한 문학 그 자체의 고유성 같은 명분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썼다.

문학이 먼저 문화산업과 그 내적 논리에 아부하여 쇠멸로 가는 길을 자초했다는 냉정한 시선이다. 최근 불거진 ‘신경숙 표절 파문’도 이러한 매락에서 비판한다. 그는 이미 15년 전 신경숙의 표절 문제가 제기됐지만, 유야무야된 사이에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으로 어느새 한국문학 대표작가가 된 이후 ‘문학주의’라는 방패 뒤에서 보호받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상품으로서의 문학작품과 문학주의라는 이율배반, 그리고 비평의 문제”라고 서영인은 정리한다. 그는 “표절 자체가 일종의 부분적인 것으로 취급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문학성’은 하는 식으로 논의가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는 “일종의 문학주의라 할 수 있는데 표절 혐의의 자구(字句) 찾기와 작품의 미학을 밝히는 일을 분리시킴으로써 표절 논의가 문학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외면되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러므로 “문학의 불안은 곧 비평의 불안이며 나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범위를 넓혀보자면 이는 한국문학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시야를 넓히면 “규모와 성과만이 남고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현상은 한국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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