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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삼성물산·엘리엇 사태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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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21 23:09:44 수정 : 2015-07-21 23: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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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정서 무기로 지배구조 공격
기업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 시급
삼성그룹은 2013년 9월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인수 후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에버랜드의 제일모직으로의 사명 변경, 제일모직 상장, 한화와의 빅딜 등 그룹계열사의 재편을 추진했다. 이는 3세 승계를 추진함과 정부의 순환출자금지 내부거래축소 정책에 부응하면서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한 뉴삼성 건설에 목적이 있다 하겠다. 그 마무리 단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금융계열사와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하는 제조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개편이 추진됐다. 순조롭게 보이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벌처펀드로 유명한 엘리엇의 반발에 부딪혔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한 엘리엇이 합병 주총 정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들어 국내 일부 시민단체도 동조하고 나서 합병 전망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다행히 합병 주주총회가 순조롭게 마무리돼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비록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통과됐다고 해도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엘리엇의 행태를 보면 10년 넘게 소송을 끌며 수십 배의 차익을 실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므로 합병 주주총회의 무효소송,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삼성SDI, 삼성화재, 국민연금에 대한 배임소송, 한국자본시장법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투자자 국가 간 소송(ISD), 런던증시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 투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외국법원 소송, 경영진 교체 요구 등에 대해 삼성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실질적으로 완성됐다고 하지만 이건희 회장 지분 상속문제, 남아 있는 순환출자 해소와 내부거래 축소에 부응하기 위한 계열재편과 지분매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20조원 내외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이다.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국민이 공감하도록 후계승계를 무리 없이 마무리 짓는 일이 중요하다.

엘리엇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이용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해 일부 시민단체가 이에 호응하기도 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재벌 개혁이 추진돼 계열회사 간 상호지급보증 금지, 감사 선임 시 대주주는 3%밖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3% 룰도입, 이사 절반 이상 사외이사 선임 등 이전의 재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국민 눈에는 아직도 재벌의 의사결정, 즉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고 그로 인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이번을 계기로 삼성도 이미 약속한 주주권익위원회 설치, 소액주주와의 간담회, 배당성향 제고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주주와 소통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삼성이 제시한 바이오 등 신성장산업 육성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이번에 100% 지지를 보낸 소액주주의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이는 삼성이 새 비전을 갖고 세계적인 초일류기업, 뉴삼성으로 재탄생하는 길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번 파동을 거치면서 한국에는 경영안정을 위한 경영권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을 절감하게 됐다. 자본시장은 완전 개방돼 적대적 인수합병도 허용돼 있고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은 작아졌는데 경영권 보호장치는 없고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도 약하니 외국투기자본에는 한국 기업만큼 좋은 먹잇감이 없다. 경영불안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종국에는 일자리를 앗아가므로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외국에는 이미 보편화돼 있는 경영권 보호 장치를 빨리 도입해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국민도 막연한 반기업 정서가 결국 외국 투기자본만 좋은 일 시키고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중요한 기업의 역할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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