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의 하니와라 가즈로(埴原和郞) 도쿄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많은 수의 도래인이 일본으로 건너왔는데 이 시기는 기원전 3세기쯤부터 서기 7세기까지로 원주민 수를 56만명으로 추정할 때 도래인과 그 자손은 약 48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수의 도래인이 일본으로 왔다는 사실은 컴퓨터 정밀시뮬레이션을 이용한 데이터로도 이미 입증됐다. 즉 7세기 무렵 일본의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볼 때 도래인이 토착주민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셈이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외국인이라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의미이다.
야가사키 선문대교수·국제정치학 |
사실 ‘귀화인의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다’라는 과거의 학설은 일본인의 단일민족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이데올로기였다. 실제는 이와 반대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하세가와 도시카즈(長谷川壽一) 도쿄대 교수가 영국 왕립학회보에 게재한 논문에서처럼 ‘일본어의 뿌리는 한국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진다. 어쨌든 앞으로도 거듭된 연구를 통해 한·일관계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족기원의 문제가 우월의식이나 차별성 등 내셔널리즘과 연계돼 객관적인 연구가 저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흔히 한·일관계가 나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한·일 양국이 서로를 비난하는 일은 자신들의 선조를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법정 스님은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기 위해 만난 적이 아니라 서로 도와주고 사랑하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찾고 만난 이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경애하는 마음으로 지낸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가깝고 친밀한 사이가 없을 것이다.
야가사키 선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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