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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보는] 잠시 ‘세상’ 잊고 귀 기울여본다

입력 : 2015-07-15 10:20:00 수정 : 2015-07-15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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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영혼들의 '거리음악'
10월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 북촌 한옥과 돌담길에서 북촌낙락(北村樂樂) 공연이 열린다. 최민지 밴드가 ‘하늘이 맑아서’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녀는 길거리음악이 “잠깐 머물기 좋고, 멈춰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햇살 내리쬐는 7월의 주말 오후 서울 삼청동 북촌 돌담길. 나들이 나온 가족과 연인들로 북적이는 이곳에서 볼거리를 즐기며 걷다 보면 음악 소리에 저절로 발길이 멈춰진다. 거리 음악을 ‘보너스 받은 느낌’이라고 말하는 손주권(59)씨는 흥겨운 리듬에 맞춰 연방 몸을 들썩인다. 삼청동길을 자주 찾는다는 이현준(55)씨도 “거리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음악을 들으니 쌓였던 답답함과 우울함이 한번에 씻기는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길을 걷던 사람들이 잠시 멈춘다. 그리고 머물며 음악소리에 귀 기울인다. 오늘 생일을 맞은 연인들은 음악소리에 더욱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는다.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한다.
걸음을 멈춘 곳에서 70m 정도 떨어졌을까. 파이프관처럼 생긴 낯선 악기로 색다른 소리를 내는 연주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디저리두’라는 호주 전통악기로 거리공연을 하며 생활비를 버는 김윤환(32)씨다. “호주여행을 하다가 이 악기의 매력에 빠졌다”는 김씨는 “관객을 나만의 음악 공간으로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유랑자라고 표현한 디저리두(Didgeridoo) 플레이어 김윤환(32)씨. 호주 전통악기 중 하나인 디저리두는 소리와 모양새가 독특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씨처럼 거리에서 자유롭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을 ‘버스킹(busking)’이라고 한다. “버스킹으로는 먹고 자는 것만 해결될 뿐 미래를 위한 저축은 불가능하다”는 김씨는 “그래도 앞으로 2∼3년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에만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에서는 국가가 노래하거나 연주할 수 있는 거리공간을 만들어줘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김씨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3년차 기타리스트 김세형(33)씨. 그의 잔잔한 기타 연주소리에 삼청동 돌담길을 지나는 연인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핀다.
거리음악을 우연히 듣게 된 사람들 중 한 커플이 발길을 멈췄다. 애인을 감싼 손길이 따뜻해 보인다.


한 아이가 1000원을 팁 박스에 넣는다.
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멋들어진 밀짚모자, 반바지 차림의 3년차 기타리스트 김세형(33)씨가 잔잔한 기타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20여분 뒤 같은 장소에서 서울시가 운영하는 ‘북촌낙락(北村樂樂)’ 공연이 열릴 예정이라는 말에 군말 없이 자리를 옮긴다.

바이올린 케이스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흔적이 쌓인다.
북촌낙락은 10월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북촌 돌담길에서 열리는 거리공연. “박수 안 보내 주셔도 됩니다. 그냥 편하게 감상하세요.” 해금연주자 최민지씨의 당찬 목소리에 관객의 시선이 집중된다. 최씨는 2013년 대학국악제 대상 등을 수상한 베테랑 음악가다. “음악에 끌려 잠시 머물 수 있고, 머무는 동안 세상을 잠시 잊을 수 있다”고 말하는 최씨는 “늘 봄을 빕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공연을 마쳤다.
촉촉하게 비가 내린 저녁 8시. 한산한 인사동 거리에서 바이올린으로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는 거리음악가 이고르(igor).


거리음악가 이고르(igor)는 2시간 정도 바이올린 연주를 한 뒤 자리를 옮겼다.
서울 한복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북촌은 누구라도 공연할 수 있는 열린 거리다. 뜨거운 여름날 이곳의 거리 음악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물하고 있었다.

사진·글=김범준기자 b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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