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가 말하듯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비밀과 거짓말’ ‘내게 거짓말을 해줘’ 등 수많은 소설 제목에 ‘거짓말’이 쓰였다. 소설이 기본적으로 거짓말이긴 하되, 거짓말을 강조하는 건 진실을 알아달라는 역설적 하소연일 터이다. 한은형의 주인공, 최하석이라는, 남자 이름의 여자 고등학생의 위악과 거짓말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 배경을 발설하면 소설을 읽을 동력이 떨어질지 몰라 에두르자면, 할머니 같은 엄마와 얄미운 엄마 같은 언니와 처치 곤란한 사춘기의 아픔이 삼투된 아프고 상큼한 발라드다. 작가는 인하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연구소 등지에서 직장생활도 하다가, 일부러 소설을 위한 사회생활을 그리 했다는데, 그리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나이인 33세에 문학동네신인상에 ‘꼽추 미카엘의 일광욕’으로 등단했다. 올봄 첫 창작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문학동네)를 펴냈고 이번에는 한겨레문학상까지 수상한 기대주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다독으로 다져진 듯한 교양과 자신감이 문장 틈틈이 보이고 세련된 문체가 상큼하다.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고1 여학생의 위악과 당돌함은 의외로 이 소설의 겨낭점이 아닐 수 있다”면서 자기를 배려하려는 투명한 순진성이 오히려 감흥을 자아낸다고 평가했다. 한은형은 에필로그 마지막 대목에 “그렇다.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항상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말들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말장난을 하는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 어디를 믿어도 좋다. 어딘가를 믿지 않는대도 좋다. 어쨌거나, 거짓말은 거짓말인 것이다”라고 썼는데, 이 거짓말은 언제 가려질까.
글·사진=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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