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된 신종플루 대응백서 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② 교육부 ③ 대한의사협회 |
정부는 2009년 불거진 신종플루 사태가 263명의 사망자를 남기고 종식되자 이듬해 725쪽짜리 백서를 펴냈다. 감염병 관련 국가재난 대응 백서로는 처음이었다. 이 백서에는 신종플루 사태의 전개 상황과 정부의 대응, 문제점, 개선책 등이 조목조목 열거됐다. 감염병 검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감염병 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를 추적하는 역학(疫學) 조사관을 더 확충해야 하고…. 이때 지적됐던 문제점들은 모두 이번 메르스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히는 것들이다. 정부가 신종플루 백서의 개선책을 실천했다면 1차 발원지인 평택성모병원 환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역학 조사관 부족으로 방역망이 번번이 뚫리면서 메르스 추가 확진자들이 속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헛된 것이었다. 신종플루 백서 자체가 관련 기관에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를 검색했지만 신종플루 백서(신종인플루엔자 발생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백서) 항목은 찾을 수 없었다.
정부 재난부서 관계자는 28일 “신종플루 관련 백서를 만들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가 국민안전처 사회재난대응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인수인계가 미흡해 당시 백서를 얼마나 찍어서 어디에 어떻게 배포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안전처의 재난대응과에 백서 한 부가 있는 것으로 안다. 원본 전자파일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익환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백서 발간이라는 세계적 추세는 따라가고 있지만 그 내용의 충실성과 국민에게 전달하는 문제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재난 대응에 취약했던 점과 실제 대응 문제점, 회의록 등을 낱낱이 기록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말 사이 메르스 확진자는 1명이 추가돼 모두 182명이 됐다. 강동경희대병원 간호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격리기간 동안 발열 등이 없는 무증상자로 나타났다. 사망자도 1명 늘어 총 32명으로 집계됐다.
조병욱·김민순·이재호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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