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행 무색할 정도로 최악 투구
올 1승 7패… 승부근성 없어 더 문제
조범현 감독, 교체카드 놓고 고민

어윈은 25일 수원 LG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13일 부진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12일 만에 얻은 기회였다. 그러나 어윈은 재조정 기간을 가진 것이 무색할 만큼 2이닝 동안 피안타를 9개나 허용하며 6점을 내주는 최악의 투구로 또다시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어윈의 부진으로 3회에 0-8로 뒤진 케이티로선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어윈의 올 시즌 성적은 12경기 1승7패 평균자책점 8.68. 퀄리티스타트는 단 2차례에 불과하고, 1군 말소는 세 번이나 된다. 세부적인 기록을 들여다보면 더욱 처참하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무려 1.98이다. 이닝당 기본적으로 2명의 주자는 내보냈다는 뜻이다. 피안타율도 0.372에 달한다. 직구로 타자들을 윽박지르지도 못하고, 주무기인 커브도 타자들의 방망이를 현혹시키지 못한다. 등판하지 않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더욱 문제는 못 던지는 것뿐만 아니라 마운드 위에서 타자들을 잡아내겠다는 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조 감독도 어윈에 대해 “구위보다는 태도가 더 문제”라며 지적해왔다.
교체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조 감독도 공개적으로 교체를 원하고 있지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외국인 선수 시장에 쓸 만한 투수가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크다. 어윈보다 확실히 낫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데려오겠지만, 그럴 보장이 없다. 여기에 어윈에게 들인 몸값 55만달러도 걸림돌이다. 최하위로 처져 가을야구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구단 입장에서 외국인 투수 영입에 또다시 큰돈을 쓰는 건 확실히 부담스럽다.
그래도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케이티는 외국인 투수 시스코를 내보내고 데려온 외국인 타자 댄 블랙(0.370 5홈런 16타점) 합류 이후 신바람을 내고 있다. 기존의 마르테(0.348 6홈런 33타점)까지 합쳐 ‘마블 듀오’가 든든하게 3, 4번 타자 자리를 지켜주면서 타선 전체가 업그레이드됐다. 6월 팀 공격 지표를 보면 케이티는 팀 타율 0.293로 전체 3위고, 팀 홈런 28개는 전체 1위다. 선발 투수진만 보강되면 얼마든지 상위권 팀들을 위협할 만한 전력을 갖춘 셈이다.
케이티는 신생팀이다. 5강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로 외국인 투수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할 팀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기존 구단들과 대등하게 싸워나가면서 경험치를 쌓고 팀 색깔을 정립해 나가야 하는 팀이다. 올 시즌을 잘 보내야 내년, 내후년에 당당히 포스트시즌 경쟁을 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케이티에게 주어진 답은 어윈의 교체밖에 없어 보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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