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들은 고개를 저었지만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꿔온 꿈을 ‘척추측만증’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소녀는 고개를 들었고, ‘댄서’라는 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잉글랜드 사우스실즈(South Shields)에 사는 루시 윌킨슨(13·여) 이야기다.
윌킨슨은 7살 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재밌어서 시작했지만 윌킨슨은 점점 춤을 사랑하게 됐고, 나중에 커서 댄서가 되겠다는 다부진 꿈까지 가졌다.
그런데 작년 9월부터 윌킨슨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왼쪽 갈비뼈보다 오른쪽 갈비뼈의 돌출 정도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척추측만증’이었다. 척추가 오른쪽으로 휘면서 조금씩 윌킨슨의 몸 균형이 무너졌다.

윌킨슨의 엄마 데브라 프루드(45)는 딸의 몸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고는 곧바로 병원에 데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의료진은 윌킨슨에게 척추측만증 진단을 내렸다. 처음에 오른쪽으로 53°가량 휘어졌던 등뼈는 6주 만에 기울기가 60°를 넘었다.
프루드는 “처음에 윌킨슨의 등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척추가 점점 휘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안 있으면 70°까지 휘어질 것”이라며 “수술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딸이 한창 성장할 나이라 하루가 다르게 척추의 휘어짐도 심해졌다”며 “정말 걱정스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윌킨슨은 지난 2월, 진단이 내려진 지 5개월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상태는 악화됐지만, 윌킨슨은 꾹 참고 수술을 이겨냈다. 의료진은 그의 척추뼈 양쪽에 지지대를 대고 나사를 박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윌킨슨은 수술 10일 만에 퇴원했다. 그리고 다시 댄서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며칠 뒤, 윌킨슨은 잦은 구토와 수술 부위 출혈로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의료진은 완치됐다고 믿었던 윌킨슨의 척추측만증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결국 윌킨슨은 꿰맸던 수술부위를 다시 열 수밖에 없었다.
봉합했던 부위를 열고 다시 지지대를 대는 수술은 10대 여학생이 버텨내기에는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윌킨슨은 오직 댄서가 되겠다는 열망 하나로 견뎠다. 그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지 않았던 의료진은 날마다 호전되는 윌킨슨에 깜짝 놀랐고, 그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냈다.
이후 퇴원한 윌킨슨은 엄마를 졸라 휠체어에 탄 다음 친구들의 춤연습을 보러 다녔다. 쉬는 동안에도 눈으로나마 동작을 익혀 다른 이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프루드는 “이제 윌킨슨은 기초 동작 정도는 무난히 소화할 수 있게 됐다”며 “딸은 자기 몸이 나아졌다는 사실을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도 윌킨슨의 회복력에 놀란 분위기”라며 “딸은 완벽한 회복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프루드는 “딸에게 춤은 인생 그 자체”라며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고 웃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크로니클라이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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