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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륙에 대한 경탄… 제국주의를 포장하다

입력 : 2015-06-18 21:17:29 수정 : 2015-06-18 21: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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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여행기 분석 ‘제국의 시선’
18∼19세기, 유럽의 식민지 건설과 노예제도의 운영은 위기에 봉착했다. 그 정당성을 따지는 목소리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즈음, 남성적이고 영웅적인 이야기가 중심이던 유럽인들의 여행기에 변화가 생긴다. 1735년 프랑스인 라 콩다민의 에콰도르 탐사, 스웨덴인 칼 린네의 ‘자연의 체계’ 저술로 대표되는 과학적 성향의 탐험기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유럽의 여행자는 이전처럼 정복자나 영웅이 아니라 새로운 대상, 지역에 대한 호기심과 과학적 탐구욕으로 가득 찬 지식인으로 묘사된다. 유럽의 여행자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만약 누군가를 본다면 그들의 게으른 기질을 증명할 수 있도록 쉬고 있는 사람만 보면 됐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불결한 기질을 증명하기 위해서 오로지 더러운 것들만 보면 됐다.”

유럽의 여행자는 식민지지배와 관련된 폭력과 정복,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어했고, 이에 따라 신대륙의 삶과 자연, 문화를 임의로 해석하고 분류한 것이다. 물론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에서 역사와 변화를 겪어온 인물이 아니라 그저 관찰과 분류의 대상일 뿐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유럽의 상업적이고 군사적인 욕망은 감춰진 채 과학적 열망이 부각된다. 유럽의 팽창주의에 반대하는 태도가 없지 않았으나 역시 스스로 만들어 낸 환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뉴욕대 메리 루이스 프랫 교수는 이를 ‘제국의 시선’이라고 이름짓고,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그는 여행기 분석을 통해 “여행기들이 제국주의를 보조하거나 그에 대응하는 시대의 담론을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을 짚어낸다. 자신의 설명을 입증하기 위해 프랫 교수는 당대 여행기에 실린 삽화 42장을 추려내 분석했다. 비오는 날 원주민 의자 운반꾼의 등에 앉아 산길을 넘어가는 유럽인을 그린 삽화는 상징하는 바가 작지 않았다. 유럽인은 원주민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지만 원주민의 실상을 보고 있지 않은 상황을 보여줘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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