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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바이러스 공포'…"계절학기 포기하고 귀향"

입력 : 2015-06-16 20:03:07 수정 : 2015-06-17 00: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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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비상’
메르스 여파로 서울 시내 한 대학교 도서관이 기말고사 기간 임에도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우려가 초중고를 넘어 대학교로 번지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메르스를 피해 대거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면서 대학가 주변 음식점들이 울상이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와 고려대, 한국외대 등 서울 대부분의 대학이 다음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갈 예정이다.

통상 대학생들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조금이라도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계절학기를 수강하거나 도서관 등에서 취업준비에 몰두하지만 메르스 여파로 귀향에 나서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3·여)씨는 “취업도 안 돼 부모님 보기도 미안한데 메르스 때문에 내려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에서 올라와 4년째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이씨는 “어머니가 불안하시다며 매일 전화를 하신다”며 “현재 4학년 졸업반이라 취업 스터디와 모자란 학점을 채우려면 계절학기를 들어야 하지만 부모님께서 너무 걱정이 크셔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센터 출입문에 문화강좌 임시 휴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범준기자
연세대 경영대학에 다니는 김모(23)씨는 “1학년 때 학점을 잘 받지 못한 과목이 많아 계절학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고향인 부산에서도 확진자가 나왔지만 어머니께서 그래도 서울보다는 부산이 안전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방학 때 집에 내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졸업을 미루고 취업준비 중인 한국외대 법학과 변모(27)씨는 “사실 스터디나 정보교류 때문에 서울에서 준비하는 게 유리하기는 하지만 메르스로 기업 인턴채용도 연기되는 마당에 서울에서 부모님이 부쳐 주시는 돈으로 생활하기 미안하다”고 말했다. 변씨는 이날 오후 짐을 챙겨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갔다.

동대문구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2학기 졸업생이 많기 때문에 하계 계절학기를 듣는 학생이 많은데 올해는 신청자가 전년도에 비해 20∼30% 정도 줄어들었다”며 “다음주 정정기간을 거치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귀향 바람에 대학가 상점 주인들도 덩달아 울상이다. 경희대와 한국외대 학생들이 밀집해 있는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도시락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단골 학생들 가운데 집으로 내려간다는 학생이 많다”며 “계절학기를 듣는 학생이 줄어들면 방학기간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과 같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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