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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역사의식 망각한 주일 한국대사관

입력 : 2015-06-15 06:00:00 수정 : 2015-06-15 13: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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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駐日) 대한민국 대사관이 홈페이지에서 을사보호조약,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암살, 한·일 합방(合邦) 등 일본의 역사 왜곡 표현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일 합방, 안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과 같은 표현은 1982년 제1차 일본교과서 파동 당시 우리 정부가 대표적인 역사왜곡 표현으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에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14일 세계일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6월22일)을 앞두고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한·일 관계’란의 한·일 관계 연표에서 ▲1905 을사보호조약(제2차 한·일협약) ▲1909 안중근 의사, 伊藤博文(이등박문) 암살 ▲1910 한·일 합방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을사보호조약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을 일본 중심으로 표현한 명칭이어서 을사늑약(勒約·억지로 맺은 조약)이나 을사조약으로 써야 한다. 1909년 안 의사의 하얼빈(哈爾濱) 의거도 ‘몰래 사람을 죽인다’는 뜻의 암살이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 사살(射殺), 처단이 맞는 표현이다. 우리 정부는 1982년 일본 교과서 파동 당시 “안중근의 이등박문 사살은 의병장으로서 한국침략 원흉에 대한 정당한 민족적 응징이며 독립투쟁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일본 교과서는) 암살로 표현하여 (안 의사를) 살해범으로 오해케 하여 그 역사적 의의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일 양국의 합의에 따라 합병이 이뤄졌다는 의미의 한·일 합방이라는 용어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의 국권이 강제적으로 강탈됐다는 점을 은폐하고 있어 현재는 국권침탈, 강제병합, 병탄(倂呑·다른 나라의 영토를 제 것으로 만듦), 경술국치(國恥·나라의 수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일 관계 연표의 작성 날짜는 2007년 1월25일이어서 일본의 역사왜곡 표현은 지난 8년6개월간 주일 한국대사관의 홈페이지에 버젓이 게시됐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신운용 책임연구원은 “일본 정부 시각에서 만들어진 용어를 우리 정부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며 “특히 이토 히로부미 암살과 같은 표현은 일본이 안 의사 의거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테러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김청중·김예진·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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