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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결제시장,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입력 : 2015-06-13 20:34:21 수정 : 2015-06-13 20: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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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선점하라…韓-中 기업 ‘격전’

한국 간편결제 시장을 두고 중국과 한국의 사업자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이자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기업인 알리바바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중국 최대 컨텐츠 기업인 텐센트도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중국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

국내 기업은 작년에 출시한 카카오페이(카카오)와 오는 25일 출시 예정인 네이버페이(네이버), 그리고 9월 선보일 삼성페이(삼성전자) 등이 대항마로 손꼽히고 있지만 압도적 거래규모와 이용자 수를 보유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한국 시장 선점 위한 韓-中 기업간 대격돌 예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도 지급결제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일평균 이용건수는 각각 1205만건, 2427만건, 이용금액은 3000억원,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한국은 통신 네트워크 환경이나 인터넷 보급률 및 모바일 활용도는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전자상거래와 물류산업, 그리고 이와 관련한 기술 및 인프라 등 시장 환경도 매력적이다.

규제로 인해 발전이 더뎠던 간편결제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한국 시장은 어느 기업도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한 무주공산이다. 시장에 빠르게 장악하는 기업은 역설적으로 한국 결제시장을 단기간에 장악할 수 있다. 특히 간편결제 시장은 연평균 24%의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O2O비즈니스를 위한 연결통로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대격돌이 펼쳐질 전망이다.

◆ 국내 상륙한 알리페이, ‘코리아페이’로 국내 간편결제 시장 위협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달 19일에 열린 간담회를 통해 국내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코리아페이(가칭)에 대한 출시를 시사했다. 이날 마윈 회장은 "한국기업과 협력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코리아페이'를 만들었으면 좋겠고, 알리페이와 협력할 한국 파트너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한 알리바바는 앞으로 국내 기업과 온라인 쇼핑, 간편 결제,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점차 넓혀나갈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8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자체 전자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통해 이미 중국 결제 시장의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700조원의 거래 규모를 갖춘 알리페이는 가맹점 수만 중국 내 50만개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1일 광군제 당시 하루 결제 금액은 약 10조2000억원에 달했으며, 2003년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총 누적 매매건수는 423억건에 달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용카드 이용자 수보다 많다.

알리바바의 자금력과 기술력, 중국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리아페이’라는 한국판 알리페이가 본격 상륙하게 되면 한국 결제 시장을 단시간에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규제로 인해 발전이 미진했던 국내 핀테크 시장을 고려할 때 국내업체들의 대응 역시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특히 ‘코리아페이’는 알리바바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 결제를 통한 할인이 지원될 경우,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알리페이는 서울 명동 등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서 약 2만개 가맹점이 확보되어 있고, ‘요우커’를 겨냥해 상반기 내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유명 백화점과 면세점, 편의점 등으로 가맹점을 확보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코리아페이를 통해 한국시장 진출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후 한국인을 겨냥해 서비스하는 것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결제시장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 메신저 ‘위챗’을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텐센트, 알리바바 견제 나서

알리페이와 함께 중국 최대 전자결제사업자로 손꼽히는 텐센트도 한국 간편결제 시장 진출에 나섰다. 당장은 한국에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하기 위함이지만, 한국을 글로벌 시장의 교두보로 삼는 동시에 알리바바 견제를 위한 측면이 강하다.

텐센트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텐페이’는 중국에서 3억명의 결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결제시장 점유율 19%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카드결제는 물론 자판기, 택시요금 결제 등도 가능하며, 지난해 중국에서 은행업 허가를 받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텐페이 결제 후 잔액을 운용하는 MMF는 보유금 9조원을 돌파했으며 SNS기반의 파생 금융서비스의 경쟁력은 구글, 애플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한국 시장에서도 텐센트는 인터파크와 손잡고 텐페이를 한국 내 중국어 전용 사이트의 결제 모듈로 제공했으며 신라면세점, 이니스프리, 녹십자헬스케어 등도 이달 안에 가맹점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또한 세븐일레븐도 신규 가맹점 도입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중국 관광객이 몰리는 호텔, 병원, 대형마트 등도 가맹점 등록을 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한국 시장에서의 텐센트 경쟁력이다. 이미 텐센트는 지난 2012년 카카오톡에 720억을 투자, 다음카카오의 3대 주주이며 모바일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과 파트게임즈 지분도 20%가량 보유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을 통해 간접 투자한 국내 게임, 콘텐츠 기업에 상당 부분 투자를 진행 중이며 그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텐센트는 최근 하나금융그룹 간 금융사업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결제분야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의 한국시장 진출은 시장의 성장가능성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방정책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60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 앞으로 더욱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1인당 지출경비도 236만원으로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다. 벌써부터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은 현지에서 익숙히 쓰던 결제수단을 한국에서 환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사용자가 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이들이 결제할 가맹점들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발 해외 직구도 가격 경쟁력과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배송기간 등의 장점으로 2013년 13조원 규모에서 올해 약 4배인 54조원으로 증가하고, 2018년에는 418조원 규모로 5년만에 30배가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직구족들을 자연스럽게 중국의 결제 서비스로 끌어드릴 수 있는 장점도 크다.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개방정책도 알리바바, 텐센트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불릴 만큼 현재 시장에 진출한 누구 하나 확실한 주도권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천송이 코트’ 이후 결제 규제가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 터라, 현재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하거나 준비 중인 곳은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 네이버가 준비 중인 ‘네이버페이’, 삼성이 내놓기로 밝힌 ‘삼성페이’ 정도다.
 
가장 먼저 시장에 도전한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는 ▲GS샵 ▲롯데홈쇼핑 ▲신라면세점 ▲교보문고 등 주로 대형 쇼핑몰 위주로 130여곳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출시 9개월만에 가입자 400만명을 기록하며 나름 선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자 편의와 직결되는 가맹점 숫자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이고, 다소 높게 책정된 결제수수료 측면 역시 가맹점들의 부담감만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별도의 송금 기능이 없어 송금이 필요한 이용자들은 뱅크월렛카카오 앱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이분화된 서비스 제공 역시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알리페이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삼성페이는 9월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기존 NFC 방식뿐만 아니라 미국 벤처회사 루프페이 인수를 통한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 확산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에서 바로 스마트폰 결제가 되는 범용성 측면의 장점을 갖췄지만 사용 단말기가 '갤럭시S6', ‘갤럭시S6 엣지’로 한정된다는 결정적인 한계점을 갖고 있다.

또 하나의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곳으로는 검색을 기반으로 네이버가 준비중인 네이버페이가 있다. 아직 구체적인 스펙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원클릭 결제, 송금, 그리고 기존 네이버캐쉬·마일리지 통합 기능을 제공하며 쉽고 편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네이버페이(기존 체크아웃)가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기존 아이디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5만여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페이는 기존 ‘체크아웃’ 가맹 쇼핑몰과 모바일 O2O 쇼핑몰로 주목 받고 있는 샵윈도 가맹점들을 유도해 초반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고, 기존 이용자 1500만명의 쇼핑 경험도 좋은 노하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뮤직·앱스토어·N스토어 등 디지털 콘텐츠와 블로그·카페·포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이 네이버페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진행할 예정이라 가맹점 수는 계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작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규모나 서비스 경험 측면에서도 대등한 수준으로 ‘대항마’라는 키워드를 논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뒤늦게 애쓰고 있지만, 알리페이를 비롯한 글로벌 공룡 진출이 가시화된 만큼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판 알리페이가 한국에 상륙하면 단기간에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까지 사업모델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예상하긴 이르지만 아직 채 막이 열리지 않은 한국 핀테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중국 기업, 국내 소비자 이해하기 위한 시간 필요

전세계적으로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은 미국의 페이팔과 중국 알리페이와 같은 결제대행업체(PG) 주도 하에 발전해오다 구글월렛, 애플페이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새롭게 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뒤늦은 핀테크 활성화 정책 속에 간편결제 시장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알리바바 뿐 아니라 글로벌 공룡들의 국내 진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져, 가맹점 확보 등 국내 업체들은 이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면도 있고, 까다로운 국내 고객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구매 패턴을 축적할 시간도 당분간은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을 단기간에 선도하며 장악해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기업이 국내 시장을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반대로 국내 기업들에게는 나름의 대비책을 강구해 대응할 수 있는 골든 타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서비스해 온 다년 간의 노하우와 축적된 데이터, 그리고 기존 가맹점이라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가 출시되는 올 하반기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김기태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미국 페이팔은 ‘이베이’라는 지배적인 쇼핑몰이 있어 관계사의 간편결제 솔루션이 금세 하나로 쏠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절대적 우위를 점한 쇼핑몰이 없어 당분간 간편결제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래에는 1~2가지 간편결제 서비스에 다수의 신용카드를 등록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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