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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전도된 학업성취도평가가 교육 망친다

입력 : 2015-06-13 01:29:23 수정 : 2015-06-13 01: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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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학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
중간층 많아 성적 높지만 최상위권 적어
당국은 자만에 빠져 교육개혁 외면
학생들의 성품·행복은 아예 뒷전으로
권재원 지음/지식프레임/1만5000원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 똑똑하지만 불안한 대한민국 교육의 두 얼굴/권재원 지음/지식프레임/1만5000원


한국 초·중·고교생의 수학·과학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상위권에 오른다. 우리나라에는 교육선진국이라는 핀란드보다 우수한 인재가 많다고 자족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학생들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하고 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현직 교사 권재원씨는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 교육의 민낯을 들춰낸다. 권씨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된 PISA 보고서를 분석해 책을 썼다. ‘PISA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유지해 온 대한민국, 현대 경쟁사회를 이끌 만한 우수한 인재도 그만큼 많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참가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저자는 PISA 순위가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간의 성적을 분석하면 최하위권이 적고 중간층이 두꺼워 평균 성적이 높을 따름이지 결코 최상위권 학생이 많지는 않다고 권씨는 설명한다. 핀란드는 하위권 학생이 적을 뿐만 아니라 최고 등급 학생이 많다. 저자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수많은 평균인을 양산할 뿐 최고급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여섯 번째로 실시하는 ‘2015 PISA’ 결과는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발표될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우리 학생들 수준은 상위권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저자는 “이런 것들이 보도되면 교육당국은 더욱 자만에 빠져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는다.

한국 성인들의 지적 능력은 OECD의 하위권 수준이다. 평균 이하의 읽기 능력과 수리 능력, 학교를 나서면 모두 잊어버리는 지식 수준, 평생학습이 불가능한 사회 등의 요인 때문이다.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의 저자 권재원씨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 집착하는 우리 교육당국을 비판한다.
저자는 PISA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PISA는 각 국가의 학생 수준을 가늠할 있는 바로미터가 아니라 미래 산업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지식노동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PISA에서 나타난 학업 성취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PISA 결과에 대해 언론이나 교육당국은 너무 과도한 반응과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육 목적으로 시행하는 시험이 아닌데도, 우리 교육당국은 이 결과를 두고 마치 학교교육이 성공한 것처럼 홍보하곤 한다. 이를테면 2012년부터 도입된 이른바 ‘성취평가제’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PISA를 의식한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PISA를 토대로 우리의 교육과정까지 바꾸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지금도 미국이나 일본, 유럽 각국으로 교육 이민을 감행하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우리 교육이 PISA가 평가하지 못하는 교육의 다른 영역에서 실패하고 있고, 결국 학생들의 성품과 행복을 해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저자는 구색맞추기식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절대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인성교육을 기존 교육과정에 억지로 끼워넣을 것이 아니라 여러 교과의 핵심 가치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은 교과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으면 허망할 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교육개혁은 PISA가 지향하는 미래 사회의 경제적, 기능적 역량을 강화하면서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가치를 아우르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네스코에서는 생태적 다양성, 문화적 다양성,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인권 존중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힌다.

저자는 “PISA가 훌륭한 평가이긴 하지만 그것이 나타내는 지표와 그것이 제시하는 역량이 우리가 길러야 할 개인, 사회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면서 “더는 우리 학생들이 몇 점을 받았는지, 몇 등을 했는지에 관심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단순한 국제적인 평가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교육정책까지 거기에 맞추려는 교육당국의 근시안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해외 기관의 단순한 평가에 열광하는 언론이나 교육당국,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하는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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