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戰 선제골·대전戰 결승골 도움
서울 8경기 연속 무패… 2위 껑충
초반 부진 딛고 전북 아성에 도전

지난해 박주영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3∼14시즌 잉글랜드 2부리그 왓퍼드로 임대된 그는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지만 홍명보(46) 당시 대표팀 감독의 중용 덕에 브라질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에 선발 출전한 박주영은 2경기에서 겨우 1개의 슈팅만 날렸다.
축구 팬들은 박주영을 ‘따봉 주영’이라고 조롱했다. 공격 포인트 없이 좋은 패스를 준 동료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장면만 중계 화면에 잡혔다는 뜻이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2010년 남아공)과 올림픽축구 동메달(2012년 런던) 등 그동안 그가 쌓은 명성도 순식간에 무너졌다.
올해 초까지 유럽과 중동을 떠돌던 그는 지난 3월 친정팀 서울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2008년 여름 AS 모나코(프랑스)로 이적한 지 7년 만이다. 박주영의 복귀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지난 4월, 2409일 만에 K리그 그라운드를 밞았지만 예전의 위력은 찾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박주영은 무릎 부상까지 입어 한 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던 박주영이 부활의 날개를 활짝 폈다. 박주영은 지난 6일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44분 왼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1강’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일찌감치 선두로 나선 전북은 이날 안방에서 올해 처음 울었다.
지난 10일 대전전에서도 선발로 풀타임을 뛴 박주영은 후반 44분 윤주태(25)의 결승골을 도와 서울의 2-1 짜릿한 역전승에 기여했다.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전을 자축하는 도움이었다. 최근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박주영은 올 시즌 K리그 9경기에 출전해 3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박주영이 팀 공격의 한 축을 맡으면서 서울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시즌 초반 서울은 공격력 저하로 한때 리그 10위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4월 18일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는 1-5로 참패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크게 안겼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사이 서울이 변했다. 서울은 3연승 및 8경기 연속 무패(5승3무)를 달리면서 단숨에 리그 2위(승점 25)까지 껑충 뛰었다. 특히 서울은 공격진의 파괴력이 강해졌고 수비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공격에서는 박주영을 중심으로 정조국과 신예 윤주태가 번갈아 호흡을 맞춰 상대 골망을 겨눈다. 대전전에서 박주영-정조국 투톱이 다소 무딘 모습을 보이자 최 감독은 정조국 대신 윤주태를 후반에 투입했고 용병술은 적중했다.
수비에서는 신인 박용우(22)가 빛난다. 지난 4월 주전 수비수 김진규(30)가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장기간 출전이 어려운 악재 속에 최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로 뛰던 박용우를 수비로 내렸다. 중앙 수비수로 변신한 박용우는 높이와 몸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서울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초반 부진을 깨고 선두 경쟁에 뛰어든 서울이 과연 전북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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