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두 정상의 결단… 냉전을 녹이다

입력 : 2015-05-30 01:07:11 수정 : 2015-05-30 01:07: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차대전 이후 냉전의 축 美와蘇
끝없는 군비 각축… 인류 위기감
냉전 ‘마지막 10년’ 무기경쟁 제동
‘인류 최후의 날 무기’ 폐기결정까지
데이비드 E. 호프먼 지음/유강은 옮김/미지북스/3만3000원
데드핸드-레이건과 고르바초프, 그리고 인류 최후의 날 무기/데이비드 E. 호프먼 지음/유강은 옮김/미지북스/3만3000원


냉전은 말 그대로 ‘차가운 전쟁’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축을 자임했던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들어맞는 말이다. 간혹 대리전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두 나라가 직접 게임의 링에 올라서지는 않았다. ‘공포의 균형’ 때문이었다. 상대국의 모든 무기를 겨냥하거나 방어할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진실도 알고 있었다.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감싼 불안감과 불신은 짙고 깊었다.

불안감은 무기경쟁으로 표현됐다. 한쪽이 개량 미사일을 개발하면, 다른 한쪽은 신형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군비경쟁은 그렇게 끝모르게 이어졌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전 미국과 소련 국민이 기억하는 냉전의 모습이다. 당시의 군비경쟁은 적어도 두 나라의 국민에게는 불행의 이유였다. 현대사가 이 불행의 고리를 끊은 주역들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이 평가의 맨위에 자리하고 있다.

‘데드핸드 -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그리고 인류 최후의 날 무기’는 냉전시대 무기경쟁의 역사를 풀어놓는다. 책의 부제처럼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역할에 주목해 거대한 후퇴가 시작된 냉전의 마지막 10년을 밀도 있게 살피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인류는 과잉살상의 공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00만배에 달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더욱이 소련은 수백만명을 동시에 감염시켜 죽일 수 있는 생물학전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궁극의 파괴와 공멸을 보증하는 시스템인 ‘데드핸드’를 구상한다. 데드핸드는 이를테면 ‘같이 죽자’는 것이었다. 소련은 미국의 핵공격으로 몰살되더라도 컴퓨터의 자동적인 통제로 ‘데드핸드’ 시스템이 살아남도록 했다. 이 시스템이 핵무기 발사 명령을 실행하도록 한 것이다.

강단 있는 국가 최고지도자도 엄습하는 공포에 짓눌렸다. 이 지점에서 1980년과 1985년, 5년 차이를 두고 권력의 정상에 오른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움직인다. 애초 반공주의자인 레이건은 대소련 정책에 강경론을 내놓기 일쑤였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알려진 레이건의 모습이다. 레이건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지켜본 이 책의 저자는 다른 시선을 드러낸다. 레이건의 일기나 메모 혹은 인터뷰를 통해 레이건을 이상주의자로 규정한다. 레이건이 애초 ‘핵무기 없는 세상’을 꿈꿨다고 주장한다. 이런 차원에서 탄도미사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레이건이 등장했을 때 소련은 브레즈네프에서 안드로포프, 체르넨코에 이르기까지 늙고 보수적인 서기장을 배출했다. 이들의 뒤를 이은 고르바초프의 등장은 소련과 세계에 축복이었다. 고르바초프는 1985년 취임 이후 즉시 군산복합체 세력의 힘을 줄이면서 냉전 해체에 나선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86년 10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미지북스 제공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재임 기간 4차례 정상회담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두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했다는 ‘삐딱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이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책 전편에 흐른다.

두 사람의 치열한 고민은 여러 차례 확인된다. 일례로 레이건은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위험이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며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버튼을 누르느냐 아무것도 안 하느냐 둘 중 하나군요.” 고르바초프도 다르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두 초강대국 사이에 벌어진 끔찍한 ‘인류 최후의 날’ 경쟁은 이렇게 파국을 피해갔다.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이렇게 세계에 선물을 줄 수 있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